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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사고에 은행 내부고발 실명신고 원칙 사리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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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에서 내부고발을 할 때 실명으로 해야 하는 원칙이 사라진다. 금융 사고 위험이 높은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자리를 비운 사이 업무를 점검하는 명령휴가 제도는 확대된다. 지난 4월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횡령 사태가 터지는 등 금융권에서 횡령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금융감독원(금감원)과 은행연합회 등이 이런 내용의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은행 내 준법감시부서의 인력과 전문성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기준 국내 은행의 준법감시부서 인력비중은 전체 직원 중 0.48%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준법감시 업무의 수준이 저하돼 금융 사고가 이어졌단 것이다.

앞으로 은행은 의무적으로 준법감시 인력을 총 임직원의 0.8% 이상, 최소 15명으로 유지해야 한다. 준법감시 부서의 인력 중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은 20% 이상이 있어야 한다. 기존에 은행의 준법감시인이 되기 위해선 금융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요건만 충족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준법·감사·위험관리·자금세탁 등 업무 2년 이상 경력도 필요하게 됐다.

같은 부서에서 장기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인사관리 방식도 바뀐다. 우리은행 횡령 사태에서 범행한 직원이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10년을 근무했던 점이 문제로 지적되자 이를 개선한 것이다. 앞으로 국내 은행에서 순환 근무를 해야 하는 직원 중 같은 영업점에서 3년, 본점 같은 부서에서 5년 넘게 근무한 직원의 비중은 5% 또는 50명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장기근무를 승인해야 할 땐 해당 직원의 채무와 투자 현황, 사고위험 가능성 등을 심사해야 한다.

제도는 있지만 실효성이 적었던 명령휴가는 대상을 확대하고 의무화한다. 기존엔 영업점의 위험직무자를 대상으로 시행했지만 본점 직원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위험직무자와 장기근무자는 최소 연 1회, 회당 1~3영업일 간 강제 명령휴가를 이행해야 한다. 준법감시 부서는 매년 명령휴가 실시 현황을 내부통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내부고발은 실명신고 원칙을 없애고 익명으로 신고해도 반드시 조사결과를 회신하도록 개선된다. 사고 예방 조치가 소홀하거나 내규에 부족한 내용을 지적하는 신고도 가능하다.

은행연합회는 이런 내용을 올해 말까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인사관리 모범규준' '금융사고 예방 모범규준' 등으로 신설할 계획이다. 국내 은행들은 다음 해 3월 말까지 이에 따라 내규를 개정하고 4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내년 2분기 중에 은행들이 개선 사항을 내규에 반영하고 이행할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금감원에선 거액의 금융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금융 사고를 상시 감독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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