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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 ‘하늘의 CIA’ NGA 방문…도발원점 다 보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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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국방부 장관으로선 처음으로 미국의 정보 기관인 국가지리정보국(NGA)을 방문해 한ㆍ미 정보협력과 북한 위협에 대한 억제ㆍ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이 장관은 3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의 제54차 한ㆍ미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방미했다. 한ㆍ미는 SCM에서 ▶한반도 안보정세 평가 및 정책공조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연합방위태세 강화 ▶글로벌 안보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이날 프랭크 위트워스 NGA 국장을 만나 고도화한 북한의 핵ㆍ미사일 억제에 한미 정보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위성영상 수집ㆍ분석 분야에서 NGA의 협력 강화를 당부했다. 이 장관과 위트워스 국장은 억제력의 핵심 요소인 정보 분야에서 북한에 절대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2일(현지시간) 미국 외교협회(CFR)를 방문해 한반도 정세 및 우리 국방정책 방향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2일(현지시간) 미국 외교협회(CFR)를 방문해 한반도 정세 및 우리 국방정책 방향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이어 이 장관은 NGA로부터 최근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NGA는 북한이 2일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쏜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연쇄 도발의 발사 원점들을 한눈에 또렷이 볼 수 있는 이미지를 이 장관과 수행단에게 보여줬다.

NGA가 북한의 움직임을 하늘에서 손금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보 역량은 한ㆍ미가 북한의 도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바탕이다.

미 국방부 산하의 NGA는 중앙정보국(CIA), 국방방첩보안국(DCSA), 국방정보국(DIA), 국가정찰국(NRO)과 함께 미국의 5대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본부는 워싱턴 DC에서 서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버지니아주 포트 벨부아에 있다.

2003년 국가영상ㆍ지도국(NIMA)에서 현재의 명칭으로 재탄생한 NGA는 지리정보(GEOINT) 전문 정보기관이다. 정찰위성ㆍ무인기ㆍ정찰기가 촬영한 영상자료를 분석해 정보를 생산하는 게 NGA의 임무다. ‘하늘의 CIA’로 불린다. 전자기 정보로 특정 인물의 소재를 찾거나 적 레이더 시설의 특성도 가려낸다.

미국 지리정보국(NGA) 청사.

미국 지리정보국(NGA) 청사.

NGA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기관이다. 그러나 2011년 5월 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이뤄진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의 숨은 주인공이 NGA다.

2012년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서 빈라덴을 추적한 CIA의 여성 요원 ‘마야’가 나온다. NGA는 마야 등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아보타바드에서 빈라덴의 저택을 골라냈다. NGA는 빈라덴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물론 각각의 성별과 키까지 알아냈다. 특히 빈라덴으로 추정하는 인물의 그림자 영상으로 빈라덴과 같은 신장(193㎝)을 가졌다는 점을 NGA가 확인했다.

미국 지리정보국(NGA)이 2011년 만든 오사마 빈라덴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자택 모형. 정찰위성과 무인기가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사진 NGA

미국 지리정보국(NGA)이 2011년 만든 오사마 빈라덴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자택 모형. 정찰위성과 무인기가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사진 NGA

NGA가 빈라덴 저택과 똑같이 지은 시설에서 미 해군의 특수작전부대인 네이비실 데브그루(팀6)가 빈라덴 사살 작전을 연습했다. 또 빈라덴 저택 위 하늘에 최첨단 스텔스 드론인 RQ-170을 띄워 백악관 상황실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작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NGA는 한국군과 정보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폐쇄 사회의 특성상 인간정보(휴민트)를 얻기 어려운 북한을 상대로 핵ㆍ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미국 지리정보국(NGA) 본부 내부. 사진 intelligence.gov

미국 지리정보국(NGA) 본부 내부. 사진 intelligence.gov

일각에선 이 장관의 NGA 방문을 참수작전과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빈라덴 사살작전의 노하우를 가진 NGA가 유사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휘부의 소재를 찾아낼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NGA는 지하 시설의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지하 벙커에 숨더라도 NGA의 정보망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NGA의 정보 자산은 실시간으로 적의 존재와 위치를 찾는 데 가장 유용하다”며 “빈라덴을 찾아낸 능력으로 북한 지휘부의 위치를 잡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한국은 유사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전자기파를 쏘거나 해킹으로 무력화하는 한국판 '발사의 왼편(LOL)' 작전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NGA의 정보력이 필수적”이라며 “이 장관이 NGA 측과 관련 협의도 했다”고 귀띔했다.

미국 지리정보국 문장. 사진 NGA

미국 지리정보국 문장. 사진 NGA

이 장관은 같은 날 미국 외교협회(CFR)를 찾았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동ㆍ서해 상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다수의 미사일과 포병 사격에 대해 이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여 자행된 미사일 도발이자, 실질적인 영토침해라는 점에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한ㆍ미는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공동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한미가 함께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FR은 국제관계와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21년 만들어진 연구기관이다. 이곳에서 두 달에 한 번 내는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권위 있는 국제정치ㆍ관계 정기 간행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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