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 中 '국민 이탈리안', "단돈 6천원이면 굶주림 해결"

중앙일보

입력

중국 밀크티 업계의 미쉐빙청(蜜雪冰城), 스낵 업계의 사셴(沙县)은 '가성비'로 승부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중국 현지 이탈리안 업계에도 이러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사이제리야(Saizeriya·萨莉亚)',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온 요식 업체다.

가격도 매우 '착하고' 맛까지 좋은 편이다.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처럼 가장 저렴한 요리를 찾기 위해 메뉴를 넘길 필요가 없을 정도다. 당장 주머니에 30위안(약 6000원)만 있어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게 해당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세월이 흘러도 맛은 변하지 않은 채, 가격도 거의 오르지 않아 물가가 치솟는 요즘, 특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이나 타지사람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가성비’에 ‘중독성’까지 겸비한 사이제리야

‘사이제리야’. 중국 외래어 표기법상 ‘사이리야’라고 읽는 이 브랜드는 사명부터 서양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놀라운 사실은 사이제리야가 ‘일본 기업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란 점이다. 일본에서 최다 점포 수를 자랑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점이기도 하다.

한국인 유학생이나 일본인 중에서도 사이지리아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이제리야’란 발음이 정확한 표현이다. ‘사이제리야(Saizeriya)’란, 이탈리아어로 치자나무 꽃을 의미한다.

왜 하필 치자나무 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사이제리야의 창업일인 7월 7일의 탄생화가 ‘치자나무 꽃’이라서다. 이에 창업자가 사명도 ‘사이제리야’라고 지었다고 한다.

사이제리야는 일본 본토에서 저렴함을 무기로 매장을 확대, 중국 등 해외까지 확장한 케이스다. 일본에서 창업한 이후, ‘그저 그런’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이다가, 가격을 획기적인 수준으로 낮추면서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회사의 마케팅 노선을 ‘박리다매 모델’로 바꾸면서 ‘대박’이 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10월 현재, 어린이부터 노인들에게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일본 현지에는 1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폴 등 중화권 국가에 진출해 활발한 매장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 china brand hub]

[사진 china brand hub]

사이제리야는 가격도 저렴한데다, 심지어 평판(혹은 리뷰)도 나쁘지 않다. 비싸다는 편견을 지닌 이탈리안 요리가 중국 스낵 브랜드 사셴의 과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수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지식 공유 플랫폼인 즈후(知乎), 인기 SNS 중 하나인 샤오훙수(小紅書)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리뷰 플랫폼인 다중뎬핑(大衆點評)을 살펴보면, “맛있다” “메뉴 종류가 다양하다” “저렴하다”는 등 호평이 많다. 물론, “맛있다”는 평가는 “가격 대비 맛이 좋은 편”이란 의미로, 대다수 네티즌이 정통 이탈리안 요리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특히 ‘맛’을 중요시하는 미식가들은 좀 더 까다롭게 평가했다.

일례로 사이제리야의 가장 인기 많은 메뉴인 ‘치즈구이 옥수수’를 맛본 후, “그저 얇게 펼쳐 놓은 옥수수 표면에 치즈를 가볍게 둘렀을 뿐”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또 블랙 트러플 크림 파스타에 관해서도 “너무 독특한 맛을 내, 깜짝 놀랄 정도”라고 평했다. 다만, 대다수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리뷰 점수가 올라갔다는 게 업계 평가다.

[사진 Daxue consulting]

[사진 Daxue consulting]

일단 “메뉴 수가 많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높은 점수를 준 네티즌의 의견이다. 사이제리야 메뉴는 애피타이저, 메인 메뉴, 디저트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피자, 파스타, 볶음밥, 리조또, 빠에야, 그라탕, 스테이크, 아이스크림, 케이크, 푸딩 등 다양하다. 이중, 중국 소시민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치즈 요리, 볼로네제,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 오븐 구이)다.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 있을 법한 메뉴인 달팽이 요리가 ‘베스트 메뉴’에 속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이를 ‘매우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한층 더 놀랍다.

일각에서는 ‘설령, 사이제리야 요리의 맛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라도 마지막 계산 단계에서 모든 불만이 쏙 들어간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CBN데이터(CBN Data)는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이러한 가격에 수준 높은 맛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고 전했다.

사이제리야의 마케팅 목표는 명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메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맛’이다.”

사이제리야 창업자, “맛있어서 잘 팔린다? No, 잘 팔려서 맛있는 것”

사이제리야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쇼가키 야스히코는 이와 관련해 명언을 남겼다. 바로, “맛있어서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잘 팔리는 것이 맛있는 요리다”라는 문장이다.

[사진 Nikkei Asia]

[사진 Nikkei Asia]

쇼가키 야스히코는 1946년 효고 현에서 태어났다. 1967년 도쿄 이과대학 재학 중에 레스토랑 ‘사이제리야’를 창업했다. 1968년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재개업했다. 그 후, 총 세 번에 걸쳐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 최종적으로 시세보다 70%나 저렴한 획기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며 점포 수를 비약적으로 늘려갔다.

어느 정도로 저렴할까? 100여 가지 메뉴 중 72가지 요리는 20위안(약 4000원) 정도다. 와인도 싸다. 사이제리야 매장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750밀리리터(㎖)짜리 이탈리아 토스카나산 드라이 레드 와인으로, 가격은 단돈 69위안(1만 3787원)이다.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식재료 확보와 경영상의 모든 낭비를 철저하게 없앤 것이 저가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고객이 지급하는 가격보다 비교적 가치 높은 요리를 제공하여, 매장을 찾아온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선사한다’는 게 회사 모토다.

[사진 Japan Today]

[사진 Japan Today]

입지 선정도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한 비결 중 하나다. 2022년 2월 기준 사이제리야는 상하이에 152개의 매장을 열었고, 광저우(廣州)와 베이징에는 각각 136개, 85개 매장을 오픈했다. 중국 일선 도시에 위치했지만, 대부분 매장이 쇼핑몰 내 푸드코트에 입점했다. 일정 수준의 고객 수는 확보하면서도 임대료 절약이 가능한 이유다.

“음식점 경영으로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이롭게 하고 싶다”는 쇼가키 야스히코. 그는 모든 종업원을 공평하게 대우하며, 업계 최고 수준은 물론, 타 업종에도 뒤지지 않는 임금을 주고 있다고 알려졌다.

‘사람을 위해서, 올바르게, 사이좋게’라는 사이제리야의 경영 이념과 맥을 함께하는 이러한 경영 방식을 통해 쇼가키 야스히코는 사이제리야를 일본 최고의 외식 체인 업체에 올린 데에 이어, 중국 시장에서도 인기 브랜드로 만들었다. 그 결과, 사이제리야는 지난 2000년 도쿄 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