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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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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마동석, 귀여움 그 잡채’. 지난달 20일 열렸던 제12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마동석의 사진 기사에 붙은 제목이다. 잡채? 오타가 아니다. 연예기사답게 최신 유행하는 신조어 ‘잡채’를 적절히 사용해 붙인 제목이다. 바른 표기법으로는 ‘자체(自體)’라고 써야 맞는 문장을 요즘은 일부러 틀리게 ‘잡채’라고 쓴다. 이때 빠지면 안 되는 말이 관형사 ‘그’다.

즉, ‘마동석, 귀여움 그 잡채’라고 쓰고, ‘마동석, 귀여움 그 자체’라고 이해하는 게 요즘 MZ세대의 신조어 룰이다.

잡채. [중앙포토]

잡채. [중앙포토]

인터넷에서 ‘그 잡채’를 검색해보면 자주 사용되는 사례들인 자동검색어를 볼 수 있다. 행복 그 잡채, 힐링 그 잡채, 감동 그 잡채, 사랑 그 잡채, 가을 그 잡채, 완벽 그 잡채, 귀여움 그 잡채, 충격 그 잡채 등.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쓰이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조어라는 게 원래 정확한 유래를 갖고 있진 않지만,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그저 재밌어서 폭발적으로 많이 쓰이는 신조어도 드물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져봐도 반복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어쩔티비’같은 신조어처럼 큰 의미 없이 단순히 입에 착 달라붙어 계속 쓰게 되는 말” “자체라고 써야 맞는 걸 아는데, 잡채라고 쓰여 있으니까 그냥 웃겨서 나도 쓰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신조어 ‘잡채’ 사용을 두고 찬반 의견도 올라왔다. “저 나이 때 흔히 하는 언어유희 정도로 받아들이자. 이 또한 세월이 지나면 안 쓰게 되더라” “이런 게 하나씩 모여 아이들의 어휘력이 점점 떨어진다” 등등. 신조어를 대할 때마다 갈등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