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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엉망진창 체계…윤희근보다 대통령실에 먼저 보고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받았다고 경찰청이 2일 밝혔다. 경찰청은 청장 보고에 앞서 대통령실에 9분 먼저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이미 경찰이 아닌 소방을 통해 1시간 앞서 상황을 파악한 상태였고,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국가 기간조직의 보고 체계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 청장이 본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첫 전화 보고를 받은 시간은 지난달 30일 0시14분이었다.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한 29일 오후 10시15분으로부터 1시간59분이 지난 시점이다. 윤 청장은 즉시 구두로 기동대 등 가용경력 최대 동원 및 질서 유지 등 신속 대응,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등 교통활동 강화를 지시했다는게 경찰청 설명이다. 윤 청장은 이날 오전 12시 19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로 같은 내용을 지시했다. 김 청장은 곧 현장에 도착한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1시간59분 뒤에야 처음으로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2일 윤 청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0시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에게 참사 발생 사실을 최초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일 윤 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1시간59분 뒤에야 처음으로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2일 윤 청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0시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에게 참사 발생 사실을 최초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일 윤 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4시 47분쯤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10월 30일 0시 5분 경찰청으로부터 상황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청장보다 대통령실에 9분 먼저 보고한 것이다. 29일 당일 사고 발생 직전까지 총 11건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4건만 현장 출동하는 등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한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지휘부에 대한 보고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청장도 1시간 21분만 보고 받아 

김광호 서울청장은 사건 발생 1시간 21분만인 29일 오후 11시 36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 최초 상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광화문 집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집으로 퇴근한 이후였다. 김 청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넘은 30일 오전 12시 25분쯤이었다. 이 서장은 참사 발생 2분 뒤인 29일 오후 10시 17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김광호 청장에게 1시간여가 지나 보고한 것이다.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서의 대처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당일 경찰의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5분 뒤에 용산서장의 인파 분산과 사고 예방조치 지시가 내려갔다. 같은날 오후 11시 “30여명이 의식이 없어 소방·경찰·일반 시민이 CPR중이다”는 상황보고가 이뤄졌고 5분뒤 112상황실은 소방당국에 구급차를 추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기동대 배치는 자정이 지난 30일 오전 12시 20분쯤에 이뤄졌다. 그러나 용산서장은 오전 12시45분에야 전 직원 비상소집 지시를 내렸다. 경찰청은 2일 이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 내부 보고체계 뿐 아니라 국가 재난대응 조직내 보고 체계도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경찰이 아닌 소방청 상황실을 통해 사실을 처음으로 파악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0월 29일 밤 10시 15분에 사고가 발생했고, 38분 뒤인 밤 10시 53분 소방청 상황실에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국정상황실장은 밤 11시 1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했다는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가 난지 1시간 5분이 지난 29일 오후 11시20분 사고 소식을 처음 알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소방도 아닌 행안부 비서실 직원을 통해서였다. 행안부는 소방의 보고를 받고 두차례 내부 직원들에게 긴급 문자를 보냈는데, 이 장관은 발송 리스트에 들어있지 않아 문자수신을 하지 못했다고 행안부측은 설명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특수본, 서울청·용산서 등 7곳 압수수색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청과 용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등 7곳에 수사 인력을 보내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서 112치안상황실이 포함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참사 발생 직전 접수된 112 신고 11건 중 코드 0(최단시간 내 출동)으로 분류된 1건에만 출동했을 뿐 7건의 코드 1(우선 출동)에는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출동 사건은 3건의 코드2(가급적 신속 출동)였다. 서울청에 대해서는 용산서가 기동대 경력지원을 요청했지만, 서울청이 이를 거부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특수본의 책임소재 규명 수위에 따라 경찰 지휘라인에 대한 인사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찰청은 이날 이임재 용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후임에 임현규 경찰청 재정담당관을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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