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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엔지니어 연봉, 씨티맨 2배네...뉴요커 직장인 연봉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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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뉴욕시 맨하탄의 월스트리트 간판. 1일 뉴욕시는 직장인의 연봉을 보더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한 '급여공개법' 시행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맨하탄의 월스트리트 간판. 1일 뉴욕시는 직장인의 연봉을 보더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한 '급여공개법' 시행에 들어갔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에서 직장인의 연봉이 공개됐다. 뉴욕시는 이날부터 시에 거주하는 사람을 채용할 경우 급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한 '급여 공개법(Salary Transparency Law)' 시행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구직자의 경우 급여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됐지만, 기업은 기존 직원의 반발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급여공개법은 직원 4명 이상의 기업이 뉴욕 시민 등을 대상으로 채용 공고를 내거나 내부에서 승진·전근 공고를 낼 때, 해당 직책의 기본급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너스 등은 적용되지 않지만, "00달러 이상"처럼 막연한 공고는 안 된다. 단, 4인 미만 사업장이나 임시직을 채용하는 인력파견업체는 예외다.

뉴욕시 인권위원회 주도로 제정된 급여공개법은 성별이나 인종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급여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보도에 따르면 2020년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미국 여성 근로자의 연봉은 동일 직책 남성의 84%이며, 유색 인종 여성의 임금 차별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지난 5월 시행하기로 한 법은 재계의 반발로 미뤄졌지만, 뉴욕 기업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이 불안정한 가운데, 구체적인 급여 공개가 고용 불안을 가중할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기존 직원의 반발에 대한 우려가 높다. 기존 직원의 경우 채용 공고에 명시된 동일한 직책자의 급여보다 자신의 급여가 낮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임금 인상 요구나 이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런 불만이 제기될 경우를 대비해 간부를 대상으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법 시행이 반년가량 미뤄져 기업들이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직장인들은 연봉 공개를 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사이트 몬스터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가 급여 공개법을 위반할 경우 근로자 4명 중 3명 이상이 "신고할 것"이라는 답했다. 기업은 급여공개법을 어길 경우 25만 달러(약 3억5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주요 기업들은 법 시행에 맞춰 연봉을 공개했다. WSJ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씨티은행 뉴욕지점의 선임 직원의 연봉은 12만5000 달러(약 1억7000만원), 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디렉터는 최소 13만 달러(약 1억8000만원)로 나타났다. 또 IT기업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21만3800 달러(약 3억원), 음악사업부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19만7900~26만7800 달러(약 2억8000만~3억8000만원)였다.

그러나 급여 범위가 너무 넓게 제시될 경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법은 기본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구직자는 총보수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여금·복리후생비에도 관심이 많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컨설팅업체 ADP의 낸시 보스턴 담당은 WSJ에 "근로자들은 총 보수가 기본급과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용주는 구직자에게 급여가 결정되는 구조를 잘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기엔 많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NYT는 급여 공개 추세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자리 잡았으며, 향후 다른 도시나 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올해 초 콜로라도는 이를 시행했으며, 캘리포니아·워싱턴 주는 내년에 뉴욕시와 비슷한 규정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 뉴욕주 상원은 지난 6월 급여 투명성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주지사는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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