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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자립' 강조한 시진핑, 눈에 띄는 中 기술 유니콘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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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2페이지에 달하는 업무 보고를 통해 "핵심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자주적 혁신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정보 기술, 인공지능(AI), 신에너지 분야를 미래 성장의 엔진으로 지정하고 유관 기업의 성장 지원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렇듯 기술 자립을 강조한 이유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달 초, 고강도 반도체 수출 차단 정책*을 발표했다. 여파는 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에 있던 미국 반도체 전문 인력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은 중국 당대회 개최를 앞둔 지난 12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규제 확대'를 거론하며 반도체 핵심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은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 반도체 기술과 생산 장비. 이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는 것도 제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시 주석이 당대회 업무 보고에서 미국과의 기술 전쟁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술 분야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당대회 개막식이 끝난 뒤, 업무 보고 내용이 반영돼 중국의 일부 기술 관련 증시는 급등했다.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IT기업 토크웹(Talkweb), 스마트 스크린 제조업체인 하이트비전(HiteVision), AI 및 빅데이터 회사인 JYD는 일일 상한가인 10%까지 올랐다.

지난 19일에는 지방 정부들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놨다. 최근 선전시는 지역 내 반도체 설계 기업에 연간 최대 1000만 위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선전 내에 사업장을 세우는 반도체 기업에는 3000만 위안을 지원하고, 선전에서 설계된 반도체를 구매하는 기업에게는 연간 500만 위안과 구매 금액의 20%를 지원하기로 했다. 저장성도 마찬가지다. 저장성 리수이시는 연 매출액이 2000만 위안이 넘는 반도체 설계 회사에 30만 위안, 1억 위안 이상의 회사에 100만 위안, 5억 위안 이상의 회사에 500만 위안의 보조금을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당국과 지방 정부가 '기술 자립'을 위해 유관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향후 미국 기술을 대체해 중국 산업을 이끌어 갈 IT 유니콘 기업을 살펴봤다.

1.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揚子存儲技術, 이하 YMTC)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다. 2016년 칭화유니그룹과 후베이성의 공통 투자로 설립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YMTC는 전 세계 메모리칩 생산량의 약 6%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MTC는 2021년 8월, 6세대(12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하며 단시간 내 굴기(倔起)에 성공했다. 애플은 올해 중으로 중국 시장용 아이폰에 YMTC의 낸드플래시를 탑재할 계획을 검토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이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YMTC가 규제의 목표물이 된 뒤 애플이 부담감을 느껴 발을 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사와의 거래 불발과 무관하게 논의가 된 것만으로도 YMTC의 기술력이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YMTC가 개발한 128단 낸드플래시 [출처 YMTC]

YMTC가 개발한 128단 낸드플래시 [출처 YMTC]

*낸드플래시: 스마트폰, PC부터 서버까지 모든 전자기기에서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반도체

2. 바이렌테크놀로지 

상하이에 위치한 AI 반도체(GPU) 회사 바이렌테크놀로지(壁仞科技·이하 바이렌)는 지난 8월 "자사가 개발한 그래픽카드 BR100이 엔비디아의 A100과 비교해 컴퓨팅 성능 측면에서 2배 더 나은 성능을 낸다"고 밝혔다. 바이렌은 그동안 엔비디아나 AMD칩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 여긴 '고정밀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중국산 칩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바이렌의 기업 평가 가치는 27억 달러(약 3조 869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렌이 올 8월 공개한 GPU(그래픽처리장치) 'BR100' [출처 바이렌테크놀로지]

바이렌이 올 8월 공개한 GPU(그래픽처리장치) 'BR100' [출처 바이렌테크놀로지]

바이렌은 자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7나노미터(nm) 공정을 제공하는 대만 TSMC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미국의 규제 이후 TSMC는 중국 회사와의 협력을 전격 중단했다. 바이렌은 중국 내 다른 대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세계 GPU 시장에서 최강자는 엔비디아(NVIDIA)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은 4분의 1에 달한다. SCMP는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고 있다"며 중국 빅테크 기업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음을 시사한 바있다. 지난 9월,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게 중국에 납품하던 GPU칩 A100과 H100의 수출을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단기적 관점에서 대중국 수출 규제가 중국 빅테크 기업 및 AI 산업에 치명타를 줄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는 이번 제한 조치로 중국이 더 큰 기술 발전을 이룰 거라는 전망도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현재 캠브리컨(Cambricon), 시앙딕시안 컴퓨팅테크놀로지, 모펫AI, 알리바바그룹 계열의 핑투게(PingTouGe), 일루바타 코어X(Iluvatar CoreX), 무어스레드(Moore Threads), 덩린 테크놀로지, 바스타이 테크놀로지, 메타X 등이 엔비디아의 대안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중국의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长鑫存储技术·이하 창신메모리)는 2016년 중국 내 반도체 설계 기술을 보유한 자오이창신과 안후이성 허페이시 정부의 공동 출자로 설립됐다. 자국의 팹에서 월 6만장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며, 중국 내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업체 가운데 D램 제조 및 판매에 성공한 것은 창신메모리가 처음이다. 창신메모리는 향후 낸드플래시까지 개발해 종합 메모리 기업으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잘 나가던 창신메모리의 앞 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창신메모리는 올해 19나노 공정에서 17나노 공정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으나, 미 상무부가 D램 분야에서 18나노 이하 공정의 경우 중국 내 장비 반입을 제한한다고 밝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것. 이 조치는 메모리 분야에서 약진 중인 창신메모리를 비롯해 양쯔메모리, 중신궈지(SMIC)를 3개사를 정조준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언급한 기업에게는 사면초가의 위기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옛 속담처럼 중국 기술 기업들이 이번 시련을 계기로 더욱 큰 발전을 이룰지, 모래성처럼 일순간 무너질지는 각 기업의 진짜 '실력'이 판가름해줄 것이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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