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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7개월 연속 무역적자, 퍼펙트 스톰 몰려오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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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적자 행진

여야 극한 대립 대신 위기 해법 찾아야

수출이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하고,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행진이다. 어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에 3.9% 감소한 이후 2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반면에 수입은 9.9% 늘어난 591억8000만 달러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10월 무역수지는 67억 달러(약 9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대적 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역대 10월 최고 실적을 기록한 자동차(28.5%)와 이차전지(16.7%)가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였다.

한국 경제에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몰려오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가파른 금리 인상,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진 원화가치 등이 가계와 기업을 옥죄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주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대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0.25%포인트인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더욱 커진다. 이달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미국을 따라 올릴 수밖에 없어 가계와 기업의 고통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전망까지 어둡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경기 둔화와 미국의 제재로 대(對)중국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 반면에 반도체 위기에 대한 우리 정치권의 인식은 한가하다 못해 무관심 그 자체다. 반도체 전문가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회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이 돼 입안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법’은 지난 8월 초 발의한 지 석 달이 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다룰 기획재정위원회는 소위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 2023년 예산안에서 반도체 지원 예산은 상당 부분 삭감 내지는 반려됐다.

대한민국은 97년 외환위기 시절, 온 국민이 나서 금 모으기 운동을 하는 등 국력을 한데 모아 위기를 극복했다. 2008년 금융위기도 전 세계와 호흡을 같이하며 이겨냈다. 그렇게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지금의 퍼펙트 스톰을 둘러싼 환경과 인식은 너무도 심각하다. 여야가 힘을 모으기는커녕 정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극한의 대립을 보이고 있다. 다시 찾아오고 있는 국가 위기 앞에 여야가 힘을 합쳐 해법을 모색하기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