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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구 비중 46.3% 역대 최대, 월평균 761만원 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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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마포구에 사는 구모(47)씨는 지난달부터 집 근처 편의점에서 낮 알바를 하며 맞벌이에 나섰다. 2006년 직장을 떠난 지 16년 만에 시작한 일이다. 구씨는 “남편 수입은 그대로인데, 두 아이의 학원비 등이 크게 늘다 보니 살림에 여유가 없다”며 “아이들이 학교·학원을 간 시간을 활용해 번 돈으로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분위기다.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를 포함한 ‘비(非)맞벌이가구’의 소득 격차가 최대로 벌어진 가운데,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일 통계청의 ‘맞벌이 여부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전국, 2인 이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비맞벌이 가구’ 대비 ‘맞벌이 가구’의 소득 비율은 157.5%로 나타났다. 맞벌이가 비맞벌이보다 1.58배 정도 소득이 높다는 얘기다. 1년 새 4.3%포인트가 올라간 것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2분기 665만7999원에서 올해 2분기 761만1456원으로 95만3457원(14.3%) 증가했다. 반면 비맞벌이 가구는 같은 기간 434만3772원에서 483만1670원으로 48만7898원(1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둘 간의 소득 격차는 2003년 2분기 136.8%에서 계속 벌어지는 추세다. 이는 남편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아내가 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손에 쥐는 돈은 맞벌이가 많지만, 그만큼 씀씀이도 컸다. 올해 2분기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510만5136원으로 비맞벌이 가구(375만5933원)보다 76%나 더 썼다. 우선 맞벌이는 ‘교육’에 월평균 34만5808원을 썼는데, 이는 비맞벌이보다 81.5%나 많은 금액이다. ‘애들 학원 보내려고 맞벌이한다’는 말이 허튼소리는 아닌 셈이다.

2022년 2분기 월평균 소득

2022년 2분기 월평균 소득

맞벌이가 수입이 더 많다 보니 세금·국민연금·건강보험 같은 ‘비소비지출’에 쓰는 돈도 145만1895원으로 69.9% 많았다. 또 ‘교통’(50만653원)에 43.6%, 이미용 서비스·장신구·보험 같은 ‘기타 상품·서비스’(31만7344원)에 40.5%, 외식을 포함하는 ‘음식·숙박’(57만8391원)에 41%, ‘의류·신발’(21만7554원)에 35.7% 돈을 더 썼다. 반면 가정 내에서 주로 소비하는 ‘식료품·비주류음료’나 ‘주거·수도·광열’ ‘보건’ 등에 쓰이는 돈은 격차가 미미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맞벌이는 자녀 돌봄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교육에 비용을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교육 비용에서 외벌이와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라며 “두 명이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외식비나 이른바 ‘품위 유지비’ 등으로 나가는 돈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맞벌이에 나서는 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시도별 맞벌이가구’에 따르면 전국 맞벌이 가구는 지난해 총 582만3000가구로 10년 새 58만2000가구가 늘었다. 유(有)배우자 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4.6%에서 2013년 43.3%로 낮아졌다가,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46.3%까지 높아졌다. 주말부부의 비중은 같은 기간 8.8%에서 12%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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