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법 안다” 대학생 10명 중 1명뿐…참사 이후 CPR 교육 관심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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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구 성지초등학교 학생들이 1일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받고 있다. CPR은 심장이 멈췄을 때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 [뉴스1]

대구 성지초등학교 학생들이 1일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받고 있다. CPR은 심장이 멈췄을 때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 심폐소생술(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이 귀한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응급처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의료진과 구급대원만으로는 손이 모자랐다. 구급대원들이 “CPR 가능하신 분 계시냐”며 주변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서 구조에 참여했던 김모(29)씨는 “군대에서 CPR을 배워서 알고 있었다”며 “처음에는 너무 놀라 몸이 얼었는데,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 CPR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CPR 교육을 신청했다’ ‘AED(자동제세동기) 사용법과 CPR은 알아두는 게 좋다’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열한 살 딸을 둔 임모(39)씨는 “이번 사고를 보면서 아주 안타까웠다. 그러면서도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과연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며 “제대로 된 CPR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육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학생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응급처치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학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 중 응급처치 교육을 받았던 대학생 163명 중 ‘전체 응급처치 절차와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1.7%(19명)에 그쳤다. 절차별로 나눠보면 CPR 방법을 아는 비율은 73.6%, AED 사용법을 아는 비율은 24.5%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CPR 관련 교육이 잘 이뤄지는 편에 속하지만, 일시적인 교육이라서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올바른 CPR 방법을 영상이나 시청각 자료 등으로 지속해서 배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실전에서는 심리적으로 당황할 수 있기 때문에 반복 교육을 통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PR은 심장이 멈췄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이다. CPR 교육은 지자체나 대한적십자사, 대한심폐소생협회 등에서 상시로 실시한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CPR을 효과적으로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순환이 중단되는데, 뇌는 특히 4∼5분만 혈액 공급이 멈춰도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골든타임 내 조치가 중요한 이유다.

응급처치를 위한 순서로는 먼저 어깨를 두드리는 등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한다. 호흡을 확인하고 CPR(가슴 압박·인공호흡 및 AED 부착)을 진행한다. 인공호흡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전문 구조대가 올 때까지 쉬지 않고 가슴을 압박하는 것이 낫다. 익사, 질식 등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다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옆으로 돌려 눕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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