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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한총리에 송곳질문…회견 1시간→2시간20분 늘어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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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총리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총리실

“젊은 청년들이 그곳(이태원)에 가 있던 것이 잘못된 것인가.”(영국 가디언)
“한국에선 왜 인재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가.”(미국 뉴욕타임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로 위기에 처했는가.”(홍콩 아시아타임스)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의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 긴급 기자회견. 현장에 모인 10여 개국, 50여명의 외신 기자들이 한 총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1시간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은 한 총리가 “모든 질문이 다 떨어질 때까지 받겠다”고 하며 2시간 20분가량 이어졌다. 한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무한대로 책임지는 것이 우리 정부”라며 “중요한 요인은 결국 ‘군중 관리’인데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과 체계적인 노력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이태원 참사의 외국인 사망자가 26명으로 늘어나고, 외신에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보도가 이어지자 이날 긴급히 잡혔다. 사실상 한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전 세계에 사고의 경위와 대처를 해명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초반부터 이상민 발언 물은 외신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두 번째 질문을 했던 이란 ‘프레스TV’의 기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답변을 거론하며 “이 답변을 두고 굉장한 비난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과연 이 사고가 방지할 수 없는 사고였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이상민 장관이 말한 내용이 ‘경찰을 아무리 집어넣어도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무한대로 책임지는 것이 우리 정부”라고 답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NBC 기자는 “젊은 청년들이 그곳에 가 있던 것이 잘못된 것인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젊은이들의 잘못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경찰 수사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인재가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며 “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가. 근본적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라고 질의했다. 한 총리는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우리 국민의 안전에 대해 정부가 더 확실하게 충족시키도록 추가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세월호 참사도 거론 

이날 기자회견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참사도 거론됐다. 홍콩 아시아타임즈 기자는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사고로 정치적 위기에 처했는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고 정부로서 잘 대응해야 하지만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영국 가디언지 기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청년들이 또다시 이런 시국을 감당하면서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한 총리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의기소침해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많은 젊은이가 아직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 총리는 “총리로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를 건의할 생각은 없나”라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자 질문에는 “오늘 오후에 국회 행정 안전위원회에서 중앙정부의 안전 정책 주무 부서인 이상민 장관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기자회견 전 모두발언에서도 정부 책임론을 의식한 듯 “한국 정부는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확실하게 이루어진 후에 사고 책임과 관련된 사안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는 입장을 먼저 밝히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됐지만, 한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영어로 답하며 정부의 대책을 설명했다. 통역 과정의 문제가 생기자 한 총리가 “이 통역 문제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 있나”라는 농담을 해 SNS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태원 참사’가 외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미 블룸버그는 31일(현지시각) “핼러윈 참사는 매우 지지율이 낮은 지도자를 시험대에 올렸다”는 보도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를 거론하며 “수만 명의 군중이 몰린 이태원에 137명의 경찰을 보낸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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