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사건 첫 재판…변호인 “정치적 의도” 검찰 “말조심 하라”

중앙일보

입력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클럽하우스의 모습. 뉴스1

“정치적 의도에 의해 오염된 사건이다.” (변호인)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따라 기소했다” (검찰)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전 성남시 공무원과 두산건설 전 대표 측이 1일 열린 첫 재판부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들이 “공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검찰이 서둘러 기소했다”며 ‘정치적 의도’를 언급하자 검찰은 “재판과 관계없는 말을 조심해달라”고 반박했다.

A씨 변호인 ‘정치적 의도’ 발언…검찰 발끈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강동원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A씨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두산건설 전 대표 B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유민종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 부장검사를 포함한 3명의 검사가 공판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포문은 A씨 측이 열었다. A씨의 변호인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다수의 공범자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처럼 시간에 쫓기는 사안도 아닌데 검찰이 왜 이렇게 서둘러 기소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소 과정과 절차가 정치적 의도에 오염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향후 재판 절차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기소 전에 압수됐는데, 기소 후 ‘포렌식(전자감식)을 하겠다’며 입회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소 후 강제수사는 이는 적법하지 않다”며 수사 과정의 문제도 제기했다. B씨 측 변호인도 “아직 검찰의 수사기록과 증거목록 등 관련 자료를 열람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검찰에선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형사3부 유민종 부장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석했다. 그는 ‘정치적 의도’를 언급하는 A씨 측의 주장에 직접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 부장검사는 “이목이 쏠리는 사건이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검사로서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처리했다”며 “법리나 사실관계를 위주로 말씀드릴 테니 변호인도 재판과 관계없는 말씀은 조심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 강남구 두산건설 본사 모습. 뉴스1

유 부장검사는 “공범에 대한 수사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A씨와 B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재명은~” 주어인 문장이 26차례나 등장해 이 대표에 대한 공소장을 방불하게 했다.

유 부장검사는 “공범에 대해 기소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 현재 기록 확인 중에 있다”면서도“최대한 역량이 닿는 선에서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올해 12월까지 변호인들이 증거목록 등을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검찰에 협조를 당부했다. A씨와 B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31일에 열린다

정진상 출국금지…성남FC 수사 이어가는 검찰

성남FC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연임에 성공해 구단주를 겸하던 2014~2017년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 6곳에서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78여억원을 거둬들였다. 정 실장은 당시 성남시청에서 정책실장(별정직 6급)으로 일했다.

두산건설은 당시 50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하는 데 특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성남시는 용적률과 건축 규모, 연면적 등을 3배가량 높여주고, 전체 부지 면적의 10%만 기부채납 받았는데, 이로 인해 두산 측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FC 운영을 배후에서 좌지우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는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은 대표이사를 배제하고 정진상 등과 함께 자금 마련, 성과금 지급, 인사, 선수단 운영 등 주요 사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며 자신 또는 정진상과 가까운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채용해 구단을 운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성남FC 운영과 관련된 사항은 정진상과 상의해서 결정해라”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둔 상태다. 또 두산건설 말고도 네이버와 농협은행,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이 성남FC에 낸 후원금도 인·허가 등에서 편의를 봐준 것의 대가인지 등에 대해 계속 수사중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