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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겨눈 美…최강 스텔스 '랩터'는 일본, B-52는 호주 배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전략자산을 눈에 띄게 늘릴 태세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평가되는 F-22 ‘랩터’를 순환 배치하고, 남중국해에 가까운 호주 최북단 틴달 기지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 6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 공군의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2018년 5월 11일 낮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당시 F-22 전투기는 한·미 공중전투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에 참가하기 위해 왔다. 연합뉴스

미국 공군의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2018년 5월 11일 낮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당시 F-22 전투기는 한·미 공중전투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에 참가하기 위해 왔다. 연합뉴스

미국은 최근 일본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 무인 공격기(드론)인 MQ-9 ‘리퍼’를 배치하고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고조에 따른 한반도 정세 불안정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일본 방위상은 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F-15 전투기 대신 F-22 스텔스 전투기를 잠정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단좌형 F-15 전투기는 노후화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은 2개 비행대대 규모인 50여대의 F-15를 내년까지 퇴역시키고,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 알래스카 공군기지의 F-22 전투기를 6개월 단위로 순환 배치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이 일본에 배치한 무인 공격기 MQ-9 '리퍼'는 요인 암살 등에 쓰이는 14발의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GBU-12 페이브 웨이 II 레이저 유도폭탄과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채 남부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비행하는 MQ-9의 모습. 사진 미 공군

최근 미국이 일본에 배치한 무인 공격기 MQ-9 '리퍼'는 요인 암살 등에 쓰이는 14발의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8일 GBU-12 페이브 웨이 II 레이저 유도폭탄과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채 남부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비행하는 MQ-9의 모습. 사진 미 공군

이와 관련, 하마다 방위상은 "우선 미국 측이 몇 주 안에 F-15 10여대를 미 본토로 돌려보내고, 다음 달 초부터 같은 규모의 F-22를 가데나 기지에 배치한다"며 "한층 엄중해지는 안보 환경에 대응한 대처 능력 강화의 일환으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일본에 F-22가 일시 전개되긴 했지만, 이처럼 상시 순환 배치된 적은 없다.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주일 미 공군 가데나 기지는 대만까지 거리가 740㎞ 정도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용이하다. 마찬가지로 한반도 유사 상황에서도 즉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F-22는 미 본토에서 실시하는 다자간 모의 공중전 훈련인 ‘레드 플래그(Red Flag)’에서 단 한대로 100여대 이상을 격추하는 등 놀라운 성능을 입증했던 기종이다. 가데나에 배치할 경우 뛰어난 스텔스 성능으로 미군의 제공권 장악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B-52 전략폭격기의 호주 배치도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호주 ABC 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이 (호주 북부) 틴달 기지에 B-52 6대를 배치하기 위해 기지 확장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지난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미국 측 확정억제 담당 인사들과 B-52 전략폭격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다섯 번째부터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 하대봉 국방부 방위정책관, 신범철 국방차관, 싯다르트 모한다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WMD 대응 부차관보. 사진 국방부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지난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미국 측 확정억제 담당 인사들과 B-52 전략폭격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다섯 번째부터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 하대봉 국방부 방위정책관, 신범철 국방차관, 싯다르트 모한다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WMD 대응 부차관보. 사진 국방부

이와 관련, 베카 워서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방송에 “B-52 폭격기 배치 계획은 대만을 두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에 대한 경고”라면서 “도를 넘는 행동에 나서면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B-52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ㆍ태평양 지역 내 동맹국들에 보내는 메시지가 크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9월 한ㆍ미 외교ㆍ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차 워싱턴을 방문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에게 B-52 폭격기를 보여주고 미국이 지원할 수 있는 저위력 핵무기의 종류 및 운용 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B-52의 호주 배치가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국내 전술핵 재배치 논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라며 “대신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이같은 전략자산을 늘리는 것 자체가 북한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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