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고민 날려준 태권도장, 아이는 국가 자격증까지 땄다

  • 카드 발행 일시2022.11.02

제 아들은 또래에 비해 이른 나이인 네 살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회사 다니는 아빠가 혼자 키우니 아빠 퇴근시간과 아이 하원시간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더군요. 처음엔 어린이집이 늦은 오후까지 돌본다고 해서 저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여겼지만, 곧 생각을 바꿨습니다. 대부분의 친구가 4시쯤이면 귀가하다 보니 아이 혼자 텅 빈 어린이집에 남아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거든요.

휴직할까 말까 고민하던 어느 날 일찍 퇴근해 어린이집에 갔는데, 입구에서 태권도복을 입은 사범님이 한 아이와 함께 노란색 학원 차량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곧 집 근처 상가의 태권도장 몇 곳을 돌아보며 또래들이 몇 명이나 다니는지, 아빠 퇴근길에서 얼마나 먼지 등을 따져봤어요.

그렇게 녀석의 첫 학원, 태권도장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도복을 두세 번 걷어 입고 대열 속에서 사범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모습이 귀엽고 기특했죠. 다른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가족의 손을 잡고 하원해 간식을 먹고 놀이터에서 뛰어놀 시간에 자신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큰 형, 누나와 함께 생활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연민과 걱정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즐거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회사에서 급히 처리할 일이 생겨 아이 하원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던 어느 날, “잘 돌보고 있을 테니 걱정마시라”는 사범님의 말씀에도 초조한 마음으로 도장에 도착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들이 자신보다 훨씬 큰 형, 누나들에게 둘러싸여 밝게 웃으며 장난치고 있더군요.

태권도장 생활은 아이에게 자연스레 ‘나보다 나이 많은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동네 놀이터나 집 근처 공원에서 “어? ○○누나다! 나가서 인사하고 올게!”라며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이 그저 신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