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만 밟혔어도 무조건 병원가라" 심정지 경고한 의사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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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인한 부상자는 31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15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상자가 30명 포함돼 있어 의료계에선 추가 인명 피해를 우려한다. 중상자로 분류됐다가 상태가 호전될 수 있지만 악화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실제 31일 오후 9시쯤 24세 여성이 치료받던 중 상태 악화로 사망하면서 사망자가 155명으로 1명 늘었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부상자 152명 중 중상자를 포함해 41명이 서울과 경기 등 모두 25곳의 병원에 분산돼 치료받고 있다. 병원마다 1, 2명을 치료하고 있으며 많은 곳은 4, 6명을 수용하고 있다. 중환자 1명을 치료 중인 서울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환자 상태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꺼리면서도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라며 “위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중한 상태로 2명이 왔는데 한 분은 돌아가셨고 한 분이 치료받고 있는데, 상태가 좋지 않은 거로 안다”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나갔던 의료진들 말을 종합하면, 사상자 상당수가 이미 심정지가 온 뒤 시간이 많이 흘러 손 쓸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시민들이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시민들이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쓰러진 뒤 바로 심폐소생술을 해서 호흡이 돌아온 상태로 이송된다면 저체온 치료를 통해 뇌 손상이 진행되는 걸 막아 환자를 살릴 수 있다”라면서도 “대부분 수십 분 이상 끼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잠깐의 심정지가 왔던 분들은 적었을 거고 회복 가능성이 없던 분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골라서 살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심정지가 이송의 우선순위는 아니었다”라며 “기도를 확보하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거나 호흡이 약해도 맥박이 뛰어 수액 치료 등 응급처치를 하면 살 수 있다고 판단된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재까지 부상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같은 사고에서 중상이라면 흉부나 복부 등의 장기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최 이사는 “흉곽(가슴뼈)은 보전돼 살아서 응급실에 도착했더라도 혈관 손상이나 장기 손상으로 위독한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다리가 밟혔다면 정형외과적 부상이 많을텐데 이 경우 근육 세포가 짓눌리는 압궤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라며 “세포가 손상되면 칼륨이나 칼슘 같은 전해질이 다수 혈류로 나오고 이 혈류가 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올라가 전신에 퍼지면 심정지가 올 수 있어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최 이사는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액 치료로 혈압을 올리는 조치를 하거나 필요하면 수혈을 하며 찢어진 복강 내 장기를 수술했을 것”이라며 “폐 손상이 심하면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이태원 사고 관련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이태원 사고 관련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호흡곤란 등의 문제가 크지 않아 귀가했더라도 가슴과 배에 손상이 있었다면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최 이사는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이를 몰랐다가 기흉, 혈흉 등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라며 “호흡곤란이나 흉통이 있다든지 복부 팽만 등의 느낌이 들고 복통이 심해지거나 혈뇨·토혈(구토와 더불어 혈액이 입으로 나오는 것) 등의 증상이 있다면 가슴과 복부에 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즉시 가까운 응급실에 가서 검사하거나 외래 진료로라도 의사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보는 것도 충격적인데 사고 현장에서 이런 상황을 목격하는 건 엄청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라며 필요하다면 심리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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