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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수습 방해하는 가짜뉴스·혐오·정략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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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2 세월호 부추기는 자들과 돈벌이 유튜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SNS에선 가짜뉴스와 음모론 등 각종 선을 넘는 발언들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SNS에선 가짜뉴스와 음모론 등 각종 선을 넘는 발언들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장관 등 면피 급급한 공무원도 문제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진실보다 그럴듯하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그렇다. 사실 확인에는 객관적 검증을 위한 수고로운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짜뉴스는 쉽게 지어낼 수 있고, 음모론은 서사 구조가 그럴듯하게 들린다.

초기 SNS에선 참사 원인이 가스 누출, 화재, 마약 등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함께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은 설득력을 더했다. 수십 명의 시체가 길거리에 늘어선 모습과 아비규환을 상상케 하는 목격담이 가짜뉴스를 진실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사고 원인이 압사로 규명되자 이번엔 혐오 현상이 나타났다. 온라인에선 특정 국적의 외국인들이 밀기 시작했다거나, 처음에 ‘밀어’라고 외친 여성 또는 남성 무리가 있었다며 여혐·남혐 발언이 오갔다. 유명인이 나타나 갑자기 인파가 몰렸다는 증언이 나오자 특정 유튜버가 해당 인물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다.

초기 가짜뉴스가 사고 원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엔 책임론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제 다수의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엔 ‘팩트체크’라는 글이 퍼졌는데, 과거 핼러윈 때는 늘 통제가 있었고 경찰 800명을 투입했다는 내용이다. 모두 잘못된 정보였지만, 온라인에선 이미 사실처럼 확산됐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퍼지는 이유는 인지편향 때문이다. 자기 생각과 다른 사실은 부인하고(인지부조화), 비슷한 생각만 받아들여 확신을 높이는(확증편향) 태도가 진실의 눈을 멀게 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SNS 알고리즘이 이용자에게 맞는 정보만 추천해 주는 시대엔 인지편향에 빠지기 쉽다.

일부 유튜버는 자극적 영상과 가짜뉴스로 조회 수를 높이고 돈벌이에 활용했다. 적나라한 시체 공개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 “참사 원인은 청와대 이전 탓”이라는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략적 발언도 논란을 일으켰다. 참사의 비극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이용했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짜뉴스는 혼란만 키우고 사태 수습을 방해한다. 이번 사태가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온갖 음모론으로 사회 갈등을 부추겼던 세월호 참사처럼 흘러가선 안 된다. 시민들은 합리적 이성의 눈으로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정부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명백하게 사실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처신은 부적절했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면피성 발언은 많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용산구청과 경찰도 질타를 받는다. “공직자는 국민의 안전에 무한책임이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무색한 실정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