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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비빔밥 맛있어” 마지막 문자…홋카이도 아빠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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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사동에서 먹은 비빔밥 맛있었어!! 오늘은 같은 반 프랑스인과 만날 거야.” 일본 홋카이도 네무로시에 사는 도미카와 아유무(60)가 지난달 29일 오후 6시57분 한국에 유학 중이던 딸 메이(26)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딸은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먹는 사진도 보내며 “한국 전통음식 많이 있었어! 떡 박물관에서 떡도 만들었어”라고 아빠에게 자랑했다.

홋카이도 문화방송은 이 사연을 보도하며 이 메시지들이 이태원에서 숨진 딸이 아버지에게 보낸 마지막 연락이 됐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소한 일상도 공유하던 딸에 대해 “밝고 귀여운 아이였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는 이태원 사고 소식을 듣고 딸에게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은 한국 경찰로부터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주웠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도 딸이 어딘가에서 무사할 거란 희망을 걸어봤지만,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망연자실했다.

고교 시절부터 한국을 무척 좋아했고,  페이스북 자기소개란엔 ‘여행, 카페를 좋아하는 한국가요 팬’이라고 적었을 정도인 메이는 한국어를 공부하려고 지난 6월 서울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메이는 가족에게 ‘나중에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또 다른 일본인 희생자는 유학생 고즈치 안(여·18)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로 14개국에서 온 외국인 26명이 숨졌다. 전체 희생자 여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이란 출신이 다섯 명,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네 명, 미국과 일본이 각각 두 명이었다.

그중 A씨(26)는 스리랑카 출신으로 2년6개월 전 입국해 공장에서 일해 왔다. 시신을 인계받으러 영안실에 온 지인들은 “본국에 있는 부인이 임신해 곧 귀국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연을 전하며 울먹였다. A씨의 시신은 곧 스리랑카로 운구될 예정이다.

서울 고대구로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중국 랴오닝 출신의 조모(33)씨는 2012년에 한국에 와서 성형외과 프런트 직원으로 일해 왔으며 한국 영주권도 땄다. 그의 고모는 빈소에 걸린 활짝 웃는 조씨의 영정 사진을 가리키며 “사진마다 죄다 저렇게 웃는 얼굴이라 다른 걸 고를 수가 없었다”며 “외동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중국에 있는 조씨의 어머니는 실신했다”고 전했다.

미 켄터키대 간호학과 3학년에 다니다 지난여름 한양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미국인 B씨(20)는 스무 살 생일을 맞은 지 닷새 만에 이태원 사고로 숨졌다. B씨는 사고 전날 한강 변에서 친구들과 생일 축하 파티를 여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켄터키 지역 방송인 WKYT-TV에 따르면 B는 켄터키대 한국문화 동아리 회원이었다.

노르웨이에서 온 20세 여성도 출국 약 한 달을 남기고 숨졌다. 이번에 희생된 호주인 23세 여성은 한 영화제작사에서 제작 보조로 일하며 영화 제작자를 꿈꿨다. 이번 사고로 숨진 미국인 유학생 스티븐 블레시(20)의 아버지 스티브 블레시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왜 인파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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