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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 297권’ 고국 귀환 11년 만에 모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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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일부터 내년 3월 1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외규장각 의궤 전시회에 나온 ‘효종국장도감의궤(孝宗國葬都監儀軌) 상(上)’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1일부터 내년 3월 1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외규장각 의궤 전시회에 나온 ‘효종국장도감의궤(孝宗國葬都監儀軌) 상(上)’ 모습.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2011년 프랑스에서 장기임대 형식으로 국내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297권이 모두 공개된다. 1일부터 내년 3월 1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전에서다.

의궤는 조선 왕실에서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행사를 열라’고 지시한 왕의 전교부터 행사를 위해 관청 사이에 오간 문서와 왕과 신하들이 논의한 기록까지 모든 기록을 총망라한 ‘백서’ 같은 책이다. 조선왕실 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귀환한 의궤 일부를 대중에 공개한 적은 있으나 297권 전권을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환 후 10년간 국내 전문가들이 의궤를 연구한 학술자료 및 데이터베이스도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10여년간 많이 연구했고 성과를 되돌아보는 의미에서 297권을 모두 공개하게 됐다”며 “297권 대부분은 임금만 볼 수 있던 어람용 의궤로, 조선의 문화 역량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람용 의궤는 행사에 관여하는 관원들이 볼 수 있게 만든 일반 분상용 의궤와는 외양부터 차이가 크다. 분상용은 붉은 삼베에 먹으로 쓰고 철판으로 고정하지만 어람용은 초록 비단 표지에 제목은 별도 종이로 붙이고 황동으로 철한 뒤 국화 모양 장식까지 더했다.

의궤 표지. 어람용(왼쪽) 하단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붙인 스티커가 남아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의궤 표지. 어람용(왼쪽) 하단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붙인 스티커가 남아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의궤 안쪽도 차이가 뚜렷하다. 어람용은 글씨를 잘 쓰는 최고 수준의 관원인 ‘사자관’이 선부터 직접 긋고 반듯한 해서체로 써넣은 반면, 분상용은 목판으로 기준선을 찍어내고 일반 글씨 담당 관원인 ‘서사관’이 글씨를 썼다. 종이의 질도 달라 어람용에는 밀도가 높고 무거운 고급 닥종이인 ‘초주지’를 썼다. 먹으로만 그려 흑백인 분상용과 달리 어람용은 색색의 칠을 더한 그림이 특징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거의 밀폐 상태로 보관된 의궤는 반환 당시 보존 상태가 좋았고 반환 이후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한 덕에 세월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 다만 프랑스 측이 붙인 분류용 스티커와 연필로 기록한 쪽 번호, 장서 확인을 위해 찍은 도장 등 빼앗긴 역사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군이 약탈해갔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300권의 책을 가져갔다는 기록이 있지만 반환받은 297권 외의 3권 중 1권은 영국 국립도서관, 2권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 세 권은 다른 경로로 구매한 기록이 있어 돌려받지 못했다.

이번 전시 말미에는 영국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기사진표리진찬의궤』를 고스란히 복원한 복제 의궤를 만들어 관람객들이 직접 넘겨볼 수 있도록 했다. 영국 국립도서관이 제공한 이미지 파일에서 그림 선을 추출해 한지에 프린트하고 그 위에 색을 칠해 책을 완성했다.

외규장각 의궤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1928~2011)가 베르사유 별관에서 의궤 297권을 발견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박병선 박사는 2011년 5월 의궤가 국내로 돌아온 뒤 그해 11월 23일 작고했다. 윤성용 관장은 “박병선 박사를 기리기 위해 11주기인 11월 21일부터 일주일간 무료로 전시장을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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