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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싱어 인텔 CEO “향후 반세기는 석유보다 반도체 공장이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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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갤싱어 인텔 CEO. 로이터=연합뉴스

펫 갤싱어 인텔 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반세기 동안은 석유가 어디서 나는지가 국제 정세를 좌우했지만, 앞으로 반세기는 반도체 공장이 어디 있느냐가 판가름할 겁니다. 기술이 어디에 있느냐에 모든 게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옹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테크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겔싱어 CEO가 이같이 말했다고 31일 보도했다.

겔싱어는 지난 7월 미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칩과 과학 법안’(반도체지원법)에 대해 “아시아에 공장을 지으면 생산 원가가 (미국보다) 30~40% 저렴하다. 반도체지원법은 아시아와 미국·유럽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준다”며 “미국·유럽 등에서 반도체 생산 활성화를 위해 2020년대 말까지 아시아의 생산 비중을 현 80%에서 50%로 낮추고, 미국 30%, 유럽 20%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R&D) 등에 530억 달러(약 76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중국으로 기술 유출을 차단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승부수다.

겔싱어는 또 “2020년대 말에는 반도체 산업이 지금보다 두 배로 커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엄혹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장기적인 성장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며 “장기적 시각에서 공장 증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텔은 겔싱어가 지난해 CEO로 취임한 뒤 미국 애리조나·오하이오, 독일 등에 1000억 달러(약 143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겔싱어가 실적 악화와 경기 침체를 이유로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최첨단 반도체 개발과 설비 투자는 당분간 이어간다는 기조다. 겔싱어 자신도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삼성전자도 인텔과 같은 투자 지속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27일 실적 발표회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적정 수준의 투자를 지속하고, 업황과 연계해 설비 투자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기조”라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이익 기반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겨울’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는 “인텔은 미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미세 공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하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미세 공정과 레거시(legacy) 공정 투자를 동시에 강화해 고객 확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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