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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치료 급한데 이태원 가장 가까운 병원에 사망자 79명 이송,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직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서울병원에는 이미 사망 상태로 판단된 희생자들이 집중적으로 이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환자부터 이송해 치료해야 했지만 보건당국이 중환자 분류와 환자 분산 이송에 실패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순천향대서울병원에 지난 29일 밤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82명의 사상자가 이송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날 발표한 사상자 303명(사망자 154명, 부상자 149명) 중 27%가 한 병원에 몰린 것이다. 이 병원은 참사 현장서 1.1㎞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이다. 응급실 병동은 30개다. 순천향대서울병원에 너무 많은 사상자가 몰리면서 제때 치료가 되지 않았고 사망자가 많이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보건복지부는 “이 병원이 사고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의료 기관이어서 이송 환자가 많았다”고 사상자가 쏠린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송 환자 대부분 이송 출발 시점, 또는 응급실 도착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며 “응급실 도착 당시 사망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에는 차질 없이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 것으로 의료진과 확인했다”라고 해명했다.

또 “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중앙응급의료상황실)는 이태원 사고 발생 인지 후 즉시 보건소 신속대응반ㆍ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을 요청했다”라며 “‘현장응급의료소’를 만들어 생존자의 응급처치를 했고, 인근 이송 가능한 의료 기관 정보를 실시간 확인ㆍ제공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제대로 됐다면 현장에서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분류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가장 가까운 병원에는 사망자가 아닌 치료가 시급한 환자부터 이송됐어야 한다. 의사 출신으로 참사 직후 명지대병원 DMAT 팀과 현장에 나갔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가까운 병원에는 치료 가능한 환자가 배치됐어야 하는 게 맞다”라며 “현장 의료진은 출동하는 대로 환자를 진료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환자 이송 교통정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등이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사망자를 응급실로 보내면 의사가 상태를 확인하고 사망 선언을 해야 해서 응급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난 의료에선 환자 분류가 핵심이고, 환자를 분류할 때 가장 큰 원칙은 소생 가능성이 높은 중환자를 먼저 이송하는 것”이라며 “사망자나 이송 도중 사망할 수 있는 사람은 후 순위인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중요한 치료 자원에 사망자를 대거 보냈다는 건 재난 의학의 원칙에 맞지 않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태원 참사 부상자들이 어떤 병원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전날부터 의료 기관별 사상자 이송 현황을 공개해 달라는 취재진의 확인 요청이 이어졌지만, 복지부는 “중대본 1본부(행정안전부)에서 총괄한다”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러 병원에 중환자를 2~3명씩 분산 배치하고 이동도 있어 부상자 진료 병원 현황 공개가 늦어졌고 오늘 중 공개할 것"이라며 "순천향서울병원에도 3명의 중환자가 배치됐으며, 사망자가 몰린것은 맞지만 중환자에 앞서 보냈다거나 중환자 진료에 지장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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