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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이 눈앞에…시신 50구 날랐다" 업소 직원이 전한 그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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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길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다음 날인 30일 새벽 해밀턴 호텔 앞 인근 도로에서 구조대원들이 들 것에 사고 희생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길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다음 날인 30일 새벽 해밀턴 호텔 앞 인근 도로에서 구조대원들이 들 것에 사고 희생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태원의 한 업소 직원이 시신 수습과 인명 구조 상황을 전했다.

직원 A씨는 지난 30일 밤 연합뉴스에 “시신을 50구는 나른 것 같다”며 “처음에 들것이 부족해서 다른 분들이랑 같이 맨손으로 옮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거리에 쓰러진 사람들을 발견한 직후 경찰과 소방대원들을 도와 시신을 옮기는 일에 나섰다.

A씨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부터 다음 날인 30일 새벽 두세 시까지는 업소 관계자와 행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시신을 옮기는 등 구조작업을 도왔다.

A씨는 “몇 시간 동안 시신을 계속 나르면서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할 수 없었다”라며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재앙이 눈앞의 현실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시신들 아래 깔린 한 분이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발견해 바닥에서 겨우 꺼내드리기도 했다”면서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부근 도로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부근 도로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사고 직후 일부 시민이 참사 현장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등 여전히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씨는 “사고 초기 소방대원들이 도착해 CPR을 하고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핼러윈 퍼포먼스로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자리를 떠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고 매체에 전했다.

그러면서 “술과 핼러윈이라는 축제 특성 등 여러 가지 때문에 인지 부조화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며 “하지만 그들은 아주 일부이고, 거기 있던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정신없이 구조에 몰두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옆 좁은 골목에서 핼러윈 행사를 즐기러 온 인파가 한 번에 몰리면서 대형 압사 참사가 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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