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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슈엔 코빼기도 안비치더니...'이태원' 문 해외 유튜버들, 왜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사고 직후 피해자들의 모습을 필터링 없이 올린 유튜브 채널들. (사진 속 모자이크는 자체 처리). [사진 유튜브 캡쳐]

이태원 사고 직후 피해자들의 모습을 필터링 없이 올린 유튜브 채널들. (사진 속 모자이크는 자체 처리). [사진 유튜브 캡쳐]

30일 새벽, 한 유튜버가 ‘이태원 압사 사고 나기 직전 Itaewon, South Korea Halloween accident’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영상 섬네일(미리 보기 이미지)에는 사상자 수십 명이 길바닥에 뉘어 있는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겼다. 이 계정에는 직전까지 힌디어 유아 교육 영상들이 올라와 수십 회 정도씩 조회됐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 이태원 참사 영상을 올리자, 조회 수는 순식간에 8만을 넘어섰다. 영상에는 “무례하다”, “명성을 얻기 위한 행동을 멈추라” 같은 댓글이 한글·영어로 달렸다.

현재 유튜브에는 전 세계 곳곳의 유튜버들이 이태원 사상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받거나 바닥에 뉘어있는 현장 영상들을 속속 올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비극이 일부 유튜버의 조회 수 올리기와 돈벌이(광고 수익)에 이용되는 현실에, 사상자 명예훼손 우려와 함께 소셜 미디어 책임론이 불거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지원책과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야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현장 영상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목적은 대부분 조회 수 올리기.

◦ 해외 언론사나 한국 관련 유튜브 계정뿐 아니라, 평소 한국과 전혀 무관한 영상을 올리던 해외 유튜버들도 자신의 계정에 앞다퉈 ‘Itaewon accident’ 등의 제목으로 현장 영상을 올렸다. 사망자 151명이 발생한 대형 참사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에, 자극적인 섬네일까지 더해 영상마다 수천, 수만회 씩 조회된다.

◦ 현재 SNS에 퍼지는 영상들은 주로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참여한 유튜버나 트위터 이용자들이 찍어 올린 것들이다. 이들은 축제 사진·영상을 공유하다가, 압사 참사가 발생하자 현장을 찍어 사고 소식을 알렸다. 일부 사용자들은 ‘자극적인 영상은 내려달라’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현장 영상은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과 네이버·다음 카페 등으로 퍼 날라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무슨 의미야

타인의 비극과 대형 참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SNS의 역기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려 조회 수가 올라가면 게시자와 플랫폼은 인지도와 광고 수익을 함께 얻는다. 이번 현상을 일부 유튜버의 부도덕함으로만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 유튜브에도 콘텐트 제재 기준이 있다. 유튜브는 고객센터를 통해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트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교통사고, 자연재해, 전쟁 또는 테러 공격 여파, 길거리 싸움, 시체, 폭동 등 시청자에게 충격 또는 혐오감을 주려는 의도의 사건이 담긴 영상 또는 이미지”를 삭제 대상 콘텐트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영상은 여기저기 올라온 지 18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삭제되지 않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튜브는 영상에 광고를 붙여 얻은 수익금의 55%를 유튜버에게 준다. 나머지 45%는 플랫폼 운영 명목으로 구글(유튜브 운영사)이 갖는다.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가 콘텐트에 대해 자체 조처를 한다지만, 비슷한 논란이 수년간 반복된다”며 “정부 부처는 해외 사업자들에게 강하게 게시물 가이드라인 제정 및 준수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30일 트위터는 계정을 통해 ‘문제 트윗은 신고해달라’, ‘리트윗 자제해달라’고 공지했다. 네이버·다음 카페 서비스에도 “이태원 대규모 인명사고 관련, 피해자 신원이 드러나는 사진이나 영상 유포 및 공유를 자제해 달라”는 전체 공지가 올라왔다. 현재 페이스북·트위터·네이버·다음 모두 ‘부적절한 콘텐트’에 대한 사용자 신고를 받는 중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권고와 신고 접수 차원이다.

막을 방법은 없나

권리 침해(사생활 침해, 명예 훼손) 게시물 처리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자율 규제 영역이다. 대형 플랫폼들은 모두 ‘민감한 게시물’ 처리 정책을 갖고 있지만,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고 처리 속도도 제각각이다.

◦ 정보통신망법 44조에 따라 플랫폼은 권리 침해 게시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고, 방통위는 플랫폼에 이를 위한 기술·홍보·교육 시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권고인 만큼, 강제력이 없고 처벌 조항도 없다. 권리 침해 당사자는 직접 플랫폼에 삭제나 임시 조치(30일간 가림)를 요청해야 한다. 30일 방통위 대변인은 중앙일보에 “이태원 참사 게시물 관련, 사업자(플랫폼)를 모니터링해 협조 요청을 보내고 대응책을 긴급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수익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유튜브는 욕설·폭력·선정성 문제가 있다고 자체 판단한 콘텐트에는 일명 ‘노란 딱지’를 붙여 광고 제재 대상에 올린다. 다만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 본사에서 직접 한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게시물 모니터링에는) 인공지능(AI)과 인력이 모두 동원된다”며 “간혹 저희가 발견하지 못해도 신고가 들어오면 빠르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 페이스북은 지난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망 직후, 피격 현장 영상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 운영사 메타가 밝힌 이유는 “플랫폼을 안전한 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은 폭력·혐오 등 민감 게시물은 1차로 AI가 걸러내고, AI가 판단 못 내린 게시물은 사람(모니터링 팀)이 직접 보며, 여기서도 판단이 어려운 경우 페이스북 감독위원회(Oversight Board)가 결정한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에 구두와 핼러윈 호박 모형이 놓여있다. 사진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에 구두와 핼러윈 호박 모형이 놓여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 전엔 무슨 일이

SNS의 게시물 필터링이 세계적 논란으로 커진 것은 지난해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발생한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이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페이스북 계정에 대선 불복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올리자, 일부 극우 지지세력이 SNS상에서 폭동을 논의하다가 실제로 행동에 옮긴 것. 폭동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페이스북은 임시 정지했고, 트위터는 영구 정지했다. 이후 플랫폼의 ‘폭력·혐오 콘텐트’ 관리 책임·권한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2016~2018년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로힝야족에 대한 혐오·거짓 콘텐트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되는 것을 제때 막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 그러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모니터링 팀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24시간 모니터링 팀 규모는 전 세계 1만50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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