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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저한 꼬리였다"…모두 깜짝 놀란 인선, 62세 '사법 차르' [후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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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시진핑 3기 정치국 인물 해부① 천원칭 중앙정법위 서기

 천원칭(陳文淸·62)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가 지난 25일 20기 정치국 1차 집단학습에 참가했다. 사진 CC-TV 캡쳐

천원칭(陳文淸·62)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가 지난 25일 20기 정치국 1차 집단학습에 참가했다. 사진 CC-TV 캡쳐

“나는 줄곧 꼬리를 자칭했다. 항상 다리 사이에 꼬리를 끼고 다니듯 낮은 자세로 처신했다. 당 조직의 배려를 깊이 받았기에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내 결점을 찾으려 했다. 모든 검증을 거쳤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사법 계통을 지휘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 공식 홈페이지인 중국장안망에 올라온 신임 정법위 지도부. 중국장안망 캡쳐

중국 사법 계통을 지휘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 공식 홈페이지인 중국장안망에 올라온 신임 정법위 지도부. 중국장안망 캡쳐

천원칭(陳文淸·62) 중국공산당(중공) 신임 중앙정법위 서기의 자기 평가다. 중앙정법위 공식 홈페이지인 중국장안망은 지난 28일 지도부를 업데이트하며 20차 당 대회에서 24인의 중앙정치국원에 오른 천원칭 전 국가안전부 부장의 정법위 1인자 취임을 공식화했다. 30일에는 천이신(陳一新·63) 정법위 비서장의 국가안전부 부장 발령 인사를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자칭 ‘꼬리론’은 천원칭이 지난 1990년대 쓰촨(四川) 러산(樂山)시 공안 계통에서 일할 때 현지 기자에게 웃으며 한 말이다. 천은 시진핑(習近平·69) 3기 중앙정치국 가운데 최대 다크호스다. 누구도 그의 정치국 입국(入局)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정법위 서기 취임은 더더욱 예상 밖이어서다. 하지만 천은 로우 파일로 나서지 않는 스타일, 당 조직에 대한 충성, 검증에 대한 자신감까지, 모두 시진핑 시대 인사 코드에 적합한 인물이자 시 주석의 복심이었다.

중앙정법위의 일인자인 서기를 해외 언론은 ‘사법 차르’로 부른다. 중국의 공안·경찰·법원·검찰·감옥 등 사법 분야를 총괄해서다. 중국에서는 ‘칼자루[刀把子·다오바쯔]’로 불린다. 한국 언론이 검찰을 잘드는 칼에 비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천원칭(陳文淸·62, 왼쪽 두번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가 과거 문예 행사에 참석해 공연 출연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명경망

천원칭(陳文淸·62, 왼쪽 두번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가 과거 문예 행사에 참석해 공연 출연진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명경망

중국의 칼자루는 막강하다. 중앙군사위를 말하는 ‘총자루[槍杆子·촹간쯔]’, 중앙선전부를  말하는 ‘붓자루[筆杆子·비간쯔]’와 함께 3대 권력기구로 분류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집권 1·2기 10년 동안 정법위 ‘칼자루’를 장악하지 못했다. 지난 2012년 3월 저우융캉(周永康) 당시 정법위 서기가 직속 무장경찰 특수부대를 동원해 쿠데타를 시도했던 사실이 올 초 영문 신간 『중국 대결(China Duel)』을 통해 폭로되기도 했다. 정법위 발 쿠데타는 후진타오(胡錦濤) 군사위 주석의 사전 진압으로 무산됐다.

정법위는 이후에도 장쩌민(江澤民) 계열의 멍젠주(孟建柱)와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 출신이 서기를 맡아 영향력을 유지했다. 지난 2020년 4월 쑨리쥔(孫立軍) 당시 공안부 부부장이 미스테리한 이유로 낙마하면서 시진핑 사단의 정법위 장악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대신 누가 정법위 칼자루를 쥘 것인가는 수많은 하마평 속에서도 100% 확답이 나오지 못했다. 예측불가능한 시진핑 시대 인사의 특징이다. 천원칭 인사로 왕샤오훙(王小洪·65) 공안부장은 정치국 진입에 실패했다. 대신 절반의 정치국원으로 불리는 중앙서기처 서기 신분으로 차이치(蔡奇·67) 제1서기와 함께 시진핑 3기 공안정국을 주도할 전망이다.

천원칭(陳文淸·62)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 사진=둬웨이

천원칭(陳文淸·62)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 사진=둬웨이

천원칭은 경찰 가문 출신이다. 부친은 1951년 경찰에 투신해 쓰촨성 런서우(仁壽)현의 공안국장을 지냈다. 20년 동안 쓰촨성 선진 일꾼으로 연속 선발됐다. 아버지의 영향력 덕으로 천원칭은 대입 당시 칭화대나 베이징대 입학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천은 충칭(重慶)의 서남정법학원(현 서남정법대) 법학과를 선택했다. 서남정법대는 중국 법조계의 ‘황푸(黃埔)군관학교’로 불린다. 지난 18기 중앙·후보·기율위원 중 8명이 서남정법대 출신이었을 정도다. 당시 장관급 법률가 176명 중 32명이 서남정법대 출신이었다.

당 조직부, 陳 대학 졸업후부터 경력 관리

대학 3학년 때 공산당 입당에 성공한 천은 당 조직부가 미리부터 점찍은 인재였다. 중공 조직부의 인재 관리 메커니즘에 ‘선조생(選調生)’이란 용어가 있다. 될성부른 나무를 떡잎부터 관리하는 방식이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생활을 기층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단련을 시키는 시스템이다. 천원칭이 대학 졸업반이던 1984년 전중국에서 3300여명이 ‘선조생’으로 선발됐다. 천은 쓰촨 러산(樂山)시 공안국에 배정받았다. 파출소 민완 경찰부터 시작했다. 착실히 실력을 검증받으며 사다리를 올랐다. 낙후한 소수민족 이족(彞族) 지역에서 살인과 방화가 난무하던 치안 불안을 바로잡았다. 러산시 공안국 국장, 국가안전부 지방 기구인 쓰촨성 국가안전청의 청장, 쓰촨성 인민검찰원 검찰장까지 쓰촨에서 입지를 차근차근 다졌다.

2006년 시진핑 직계 푸젠방 합류 

천은 2006년 부부장(차관)급인 푸젠(福建)성 상무위원 겸 기율위 서기로 인사 발령을 받는다. 푸젠은 시진핑 주석이 과거 17년간 근무한 대표적인 정치적 근거지다. 푸젠 근무로 천도 시진핑의 푸젠방(幇)에 합류했다. 푸젠 관료사회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화권 매체 명경망(明鏡網)에 “천원칭은 시진핑의 옛 부하그룹에 직접 속하지는 않지만, 시가 천의 능력과 일처리 스타일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고 밝혔다.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로 시진핑 체제가 정식 출범하자 천원칭 역시 푸젠을 떠나 장관급인 중앙기율위 부서기로 승진해 베이징으로 올라온다. 시진핑 1기 부패 호랑이 사냥을 주도했던 왕치산(王岐山·74) 기율위 서기의 조수 역할을 맡았다. 기율위 부서기 중 최연소 1960년대생으로 관영매체와 연쇄 인터뷰로 시진핑 시대의 트레이드 마크인 암행어사와 비슷한 기율위 순시팀과 당과 정부기구에 상설 파견한 기율위 조직 건설을 홍보했다. 시진핑과 왕치산을 보좌해 중국 공직 사회 내부에 완벽한 상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천원칭의 정치국 진입 배경에는 마젠(馬建)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 적폐 세력 청산을 빼놓을 수 없다. 1956년생으로 천원칭과 서남정법대 동창 출신인 마젠은 베일에 쌓인 중국 국가안전부의 실세로 지난 2015년 1월 낙마 전까지 국가안전부 수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대학 동창 마젠 안전부 부부장 청산

마젠은 지난 2012년 3월 아들이 페라리 사고로 숨지면서 공산주의청년단 몰락의 방아쇠를 당긴 당시 중공 중앙판공청 주임 링지화(令計劃)와 관계가 밀접했다. 베이징대학이 운영하던 정보통신 기업 팡정(方正)그룹의 리유(李友) 전 이사장, 미국으로 도피한 정취안(政泉) 홀딩스의 소유주 궈원구이(郭文貴) 등의 정경 유착 네트워크인 ‘반고회(盤古會)’에도 마젠은 깊숙히 관여했다. 부패에 취했던 마젠은 6명의 정부(情婦)와 6채의 고급 별장을 전전했다. 부패 혐의로 마젠은 2016년 12월 당직과 공직을 모두 박탈 당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받았다.

천원칭(陳文淸·62)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 신화=연합뉴스

천원칭(陳文淸·62)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 신화=연합뉴스

천원칭과 마젠은 공직에서 정반대 길을 걸었다. 천과 서남정법대 동기동창이었던 마젠은 졸업 직후 곧바로 국가안전부로 직행했다. 베일 속 정보 계통에서 경력을 쌓아갔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잔뼈가 굵은 천원칭에 의해 청산당했다.

중국 내 간첩 적발과 대내외 정보 활동을 주도하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마젠 부부장으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부패 기관으로 전락했다. 천원칭은 부패 청산의 적임이었다. 과거 2008년 인터뷰에서 천은 ‘예방부패’를 주장했다. 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부패 사범에 대한 가차 없는 징벌과 더불어 예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앙 정법위 서기에 취임한 천원칭은 취임 일성으로 ‘칼자루’의 충성을 강조했다. 24일 국가안전부 간부회의 겸 전국 국가안전기관 화상회의를 소집한 천은 “국가안전기관은 당의 ‘칼자루[刀把子·다오바쯔]’다”라며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의 핵심, 전당의 핵심 지위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 지위를 굳게 수호하는 ‘두 개의 확립’의 결정적 의의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사법 차르로 등극한 천원칭은 시진핑 주석의 호위 무사로 정법 계통을 재무장할 전망이다.

이번 천원칭 인사를 놓고 미국 인터넷 언론 악시오스(AXIOS)는 “중국이 더 많은 자원을 안보 영역에 투입할 것을 시사한다”며 “안보 관련 행동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국내 공안과 사법 계통이 공산당의 정권 안보와 시진핑의 권력 수호에 더욱 앞장설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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