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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탕 받는 핼러윈, 한국선 클럽 가는 날" 외신의 지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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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에 구두와 핼러윈 호박 모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에 구두와 핼러윈 호박 모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소식을 외신들도 비중 있게 전하고 있는 가운데 핼러윈 문화가 한국에서 변질한 채 정착 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로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하면서 핼러윈 행사가 열린 이태원은 서울의 유명한 유흥 지역 중 한 곳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에는 핼러윈 파티를 여는 클럽과 바가 많았고, 이번 참사 희생자 대부분은 20대 등 젊은층이었다고 전했다.

WSJ는 "핼러윈을 맞아 엄청난 인파가 이태원에 모여들었고 이곳에서 150명 이상이 압사했다"며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 코로나19 제한 조치가 해제된 후 열린 첫 핼러윈 행사인 탓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핼러윈은 어린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가는 날이 아니다"라며 "20대 안팎의 젊은이와 파티에 가는 이들이 핼러윈을 특유의 복장으로 치장한 채 클럽에 가는 주요 이벤트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한 미군이 주둔했던 이태원은 현재 세계 각국의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바, 클럽이 즐비한 트렌디한 장소가 됐다"고 덧붙였다.

애초 핼러윈은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날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린이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에까지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한국 젊은층에게 유흥 문화로 정착 중인 형태와 달리 미국 등 유럽에서 핼러윈은 아이들이 유령이나 괴물 의상을 입은 채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으러 가는 명절이다.

집 창문에 모형 거미줄을 걸고 마당에는 호박에 눈·코·입 구멍을 파고 등불을 넣은 '잭오랜턴'과 해골 인형을 세워두는 등 동네에서 가장 무서운 집을 꾸미려고 경쟁하기도 한다.

미국 어린이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하나인 핼러윈 데이(매년 10월31일)는 미국 축제로 잘 알려졌지만, 역사학자들은 고대 켈트족이 새해(11월 1일)에 치르는 사윈(Samhain) 축제에서 유래됐다고 본다.

켈트족은 이날에는 사후 세계와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악마나 망령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다고 여겼다. 사자의 혼을 달래고자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내놓았으며 망령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했다.

이후 8세기 유럽에서 가톨릭교회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 대축일'로 지정하자 그 전날인 10월 31일에 사윈 축제를 이어갔고 '신성한(hallow) 전날 밤(eve)'이라는 의미로 이후 핼러윈으로 불리게 됐다.

중세 유럽에서 켈트와 가톨릭 신앙이 혼합된 형태로 발전한 축제는 이후 아일랜드 등 유럽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원주민 문화와 다시 융합돼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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