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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 자제령…정부 “돈 필요 땐 은행서 빌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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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한 자금시장의 경색을 풀기 위해 정부가 주요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3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공공기관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면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신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발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침의 주요 대상은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공기업이다. 우량 공사채에 해당하는 AAA등급의 한전은 올해에만 23조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한전 등이 발행하는 공사채 물량이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울러 금융당국은 채권 시장의 자금을 흡수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던 산업금융채(산금채)나 은행채의 발행 축소도 유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에 산금채 등 특수채(공공부문이 발행한 채권) 발행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하고 발행량과 발행 일정을 확인하고 있다. 앞서 5개 주요 시중은행과는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기로 협의했다.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초우량채 발행이 줄면 투자 수요가 일반 회사채 등으로 흘러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유동성 공급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채안펀드는 지난 24일부터 기업어음(CP)을 중심으로 매입을 시작했고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 등도 사들일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증권사·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약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며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발권력을 동원해 대형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 안정대출과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현 상황에선 증권사 중심으로 CP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행은 파이낸싱(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럴 단계는 아니다”라며 “처음에 너무 과도한 약을 쓸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선 회사채와 CP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금 경색이 저축은행·캐피털 등 다른 부문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국내 금융·자금시장 영향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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