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간판 타자 구자욱(29)이 휴식을 반납했다. 마무리 훈련까지 자청했다. 더 나은 내년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삼성은 다음달 2일부터 일본 오키나와로 마무리 훈련을 떠난다. 대개 마무리 훈련은 저연차 선수, 혹은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선수가 참가한다. 그러나 프로 10년차인 구자욱도 함께 떠난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구자욱은 "처음엔 명단에 없었다. 쉬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아픈 데가 없고, 몸 상태가 좋다. 쉰다고 도움이 되는 상태가 아니고, 연습량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자욱은 "박진만 감독님에게 내가 나태한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귀국시켜도 좋다고 말했다. 다행히 포함이 됐다"고 웃었다. 그는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기술적으로 뭔가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기술, 체력 모든 부분에 신경쓰고 싶다. 아직 난 젊다.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구자욱은 통산 타율 0.313, 123홈런 600타점을 올린 삼성의 주축이다. 지난해엔 3할 타율에 20홈런-20도루까지 달성하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삼성은 FA(자유계약선수)를 1년 앞둔 구자욱에게 5년 최대 총액 120억원 계약을 제시해 붙잡았다.
하지만 구자욱도, 삼성도 웃지 못했다. 구자욱은 90경기에서 타율 0.293, 5홈런 38타점 11도루에 그쳤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허리와 햄스트링 부상이 이어진 탓이었다. 삼성도 정규시즌 7위에 그쳤다. 구자욱은 "야구가 어렵다기보다 안 풀릴 때도 있구나 싶었다. 더 욕심을 냈던 거 같다. 더 잘하고 싶었고 결과가 안 좋았다.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타격폼을 대대적으로 고쳤다. 토탭 스타일 대신 다시 다리를 드는 레그킥으로 바꿨다. 폴로스루 때도 왼팔을 놓지 않고 회전력을 키워 성과를 봤다. 그러나 올 시즌 후반기엔 부상이 없었음에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교훈을 얻었다. 구자욱은 "타석에서 변화되지 않는 모습을 만들려고 한다. 잘 맞지 않으면 타격 자세를 바꾸곤 했다.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나와 연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승엽은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았다. 벌써부터 두산과 삼성의 대결이 화제를 모은다. 구자욱이 은인으로 생각하는 김한수 전 감독도 수석코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구자욱은 "어차피 상대 더그아웃을 보진 않는다. 이승엽 감독님께서 계시지만, 같은 상대편 감독님이다. 그래도 어색하진 않을 것 같다. 반가움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은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지만, 후반기엔 5할 승률(31승 2무 26패)을 넘겼다. 포털 사이트에 칼럼을 연재중인 구자욱은 "마지막 경기가 매진됐다.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더 두꺼운 옷을 입고 야구장에 올 수 있게, 더 열심히 하겠다"고 글을 남겼다.
구자욱은 "우리 팀은 강하다. 지난해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선수들이 잘 준비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구자욱은 "TV로 포스트시즌을 보는데 춥게 느껴졌다. 작년에는 엄청 더웠는데… 마음 한 곳에 욕망이라는 게 커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