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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SOS 요청도…韓 유일 뇌졸중 치료제 "재고 곧 바닥" 왜

중앙일보

입력

찬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계절에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뇌졸중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압이 올라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커져서다.

뇌졸중은 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과 혈관이 막혀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으로 나뉘는데, 뇌경색이 70% 이상 차지한다.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은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에 올라있다. 자칫 반신마비나 언어·의식 장애 등의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어 골든타임 내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액티라제 이미지. 사진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액티라제 이미지. 사진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그런데 최근 뇌경색 치료에 쓰이는 유일한 치료제인 ‘액티라제’의 재고가 곧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치료제가 내년부터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최근 정부에 액티라제의 물량 부족이 우려된다면서 정확한 재고량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전달했다. 액티라제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생산하는 정맥 주사용 혈전용해제다. 혈액 응고 방해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혈전(피덩이)를 녹인다. 증상 발현 후 4시간30분 이내 처방하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뇌졸중 환자 7000명 정도에 쓰이고, 일반 혈관 내 혈전 제거 시술에도 이 약을 사용한다

박태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서울의료원 뇌혈관센터과장)는 “액티라제는 급성기 응급 상황에서 혈전을 녹일 기회를 가지는 유일한 약”이라며 “복제약 등 대체재가 없어 재고 관리가 중요한데, 최근 유럽뇌졸중학회 쪽에서 공급 부족을 우려하며 각국이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정확한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공장 생산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도 한달 전쯤 베링거인겔하임이 생산하는 액티라제와 메탈라제가 부족할 수 있다고 유럽연합(EU) 국가에 경고했다. 메틸라제도 뇌졸중 치료에 쓰인다. 미국, 호주 등에선 뇌졸중 약으로 쓰고 있지만 국내에선 허가받지 않았다.

뇌경색 관련 이미지. 사진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뇌경색 관련 이미지. 사진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EMA는 해당 의약품들의 수요가 늘면서 2024년까지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링거인겔하임 측은 생산 능력을 올리기 위해 3년 내에 비엔나에 새 부지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 부지에선 액티라제를, 기존 공장선 메탈라제를 집중 생산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업체는 공급 부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메틸라제는 유효기간을 24개월서 36개월로, 액티라제는 50㎎ 보단, 20㎎ 생산량을 늘려 사용을 독려할 방침이다.

다만 한국 베링거인겔하임과 정부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한국 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나라별로 수요와 공급이 다른데, 일부 국가선 차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예상되는 공급 부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확한 수입량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본사에 확인한 바로는 12월 이후로도 수입 계획이 잡혀 있어 내년에 공급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수요량에 큰 변동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도 내에서 문제가 없을 거로 보인다”라며 “제조사와 관련한 이슈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박태환 이사는 “부지를 3년 내 증설한다고 했기 때문에 공급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라며 “향후 혹시 문제가 생길 경우 급성기 뇌졸중 환자로 등록한 경우에만 약을 쓸 수 있도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기 때문에 증상 또한 불쑥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며칠이나 몇 주간에 걸쳐서 서서히 증상이 악화한다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팔다리에 마비가 오거나 피부 감각이 둔해질 때 한쪽 팔다리에 동시에 증상이 온다. 양쪽 팔다리에만 마비가 오거나 양쪽 팔에만 마비가 오면 뇌졸중에 의한 증상이 아닐 수 있다고 한다.

한쪽 방향의 얼굴, 팔, 다리에 멍멍한 느낌이 들거나 저린 느낌이 오고 힘이 빠지면 의심해볼 수 있다.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눈이 갑자기 안보이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방 말이 이해가 안되어도 위험한 신호다. 어지럽고 하나의 물건이 두개로 보인다거나 머리가 아프면서 구토할 경우 의심 증상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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