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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췄던 대우차 보물들 300㎞ 떨어진 곳 찾았다…무슨 일 [포토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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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우차의 보물들이 사라졌다'
지난해 9월 대우차 마니아들 사이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전북 군산의 한 대학교에 있던 옛 대우차의 1990년대 발표한 콘셉트카와 누비라 양산 1호차, 10만㎞ 내구성테스트 성공한 누비라2 등 '기념비적 차량' 십여 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2021년 9월 초 자취를 감췄던 이 차들은 같은 달 말 군산에서 300㎞나 떨어진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발견된다. 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대우자동차 콘셉트카와 누비라 양산 1호차 등 사라진 대우차의 유산들이 24일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 전시돼 있다. 김성룡 기자

대우자동차 콘셉트카와 누비라 양산 1호차 등 사라진 대우차의 유산들이 24일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 전시돼 있다. 김성룡 기자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 대우자동차 콘셉트카가 전시돼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코프, 바다, 만티카, 조이스터. 김성룡 기자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 대우자동차 콘셉트카가 전시돼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코프, 바다, 만티카, 조이스터. 김성룡 기자

대우자동차는 1983년 새한자동차를 인수하며 공식 출범한다. 1986년 르망, 1991년 최초의 경차 티코를 출시하며 기반을 다져나갔다. 1997년엔 자체 개발한 고유 모델 3종인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를 출시하며 사상 처음 현대자동차를 누르고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한다. 영광도 잠시 1998년 IMF 사태를 맞아 모기업인 대우그룹의 경영위기로 결국 2000년 최종 부도 처리된다.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의 승용 부문을 인수해 GM대우로 새 출발을 한다. 2018년 사명을 한국지엠으로 변경하면서 대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더불어 유럽 수출을 담당하던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GM의 유럽철수와 더불어 생산량이 줄어들다 결국 2018년 문을 닫게 된다.

2021년 6월 군산의 한 대학에 보관 중인 대우 콘셉트카들. 사진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2021년 6월 군산의 한 대학에 보관 중인 대우 콘셉트카들. 사진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한국지엠 군산공장 홍보관에 전시돼 있던 이 차들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와 더불어 오갈 데가 없어졌다. 설상가상 2019년에 공장이 매각되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고철 덩어리로 버려질 뻔한 이 차들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지엠과 협력관계에 있던 군산의 한 대학에 교육 실습용으로 기증된다.

2021년 6월 군산의 한 대학에 보관 중인 대우 콘셉트카들. 사진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2021년 6월 군산의 한 대학에 보관 중인 대우 콘셉트카들. 사진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하지만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 대학 지원이라는 의도로 기증된 이 차들은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한 듯 캠퍼스 야외 주차장에 방치된 상태로 발견된다. 콘셉트카 만티카의 도어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컨버터블형 콘셉트카 조이스터는 노천에 주차된 관계로 실내가 눈, 비와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콘셉트카 바다의 사이드미러는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이런 소식이 점차 알려지면서 전국의 자동차 마니아들은 성지순례 하듯 이곳을 방문해 직접 차들을 살펴보고, 방치 수준에 내몰린 이들의 상태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이들은 군산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결국 이렇게 방치 후 폐기 수순을 밟은 걸까,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1997년 선보인 콘셉트카 조이스터가 차량 오염 방지를 위해 비닐로 덮혀 있다. 김성룡 기자

1997년 선보인 콘셉트카 조이스터가 차량 오염 방지를 위해 비닐로 덮혀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러던 중 희소식이 들려왔다. 군산에 자취를 감췄던 차들이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서 발견된 것이다. 콘셉트카의 떨어진 도어와 사이드미러가 제 자리를 찾아갔고, 세차의 흔적이 보이는 등 어느 정도 정비를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차들은 지붕이 있는 주차시설에 가지런히 도열해 있었다. 최소한 눈, 비와 뜨거운 태양은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이 소식을 전하며 안도했다.

콘셉트카 스코프와 만티카, 바다(왼쪽부터) 등 대우차의 기념비적 차량들이 포천의 한 호텔에 전시돼 있다.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스코프와 만티카, 바다(왼쪽부터) 등 대우차의 기념비적 차량들이 포천의 한 호텔에 전시돼 있다. 김성룡 기자

이들의 이동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 가치를 계승하는 (사)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 의해 이뤄졌다. 대우차의 소중한 유산이 방치되는 것을 더는 방관할 수 없었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측은 한국지엠의 양해를 얻어 이 차들을 김 회장의 가족이 소유한 포천의 이 호텔로 옮겨온 것이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은 "현재는 임시 보관 중이라고 보면 된다. 언젠가 대우그룹의 역사관이 건립된다면 그때 제대로 전시를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우자동차 콘셉트카와 누비라 양산 1호차 등 사라진 대우차의 유산들이 24일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 전시돼 있다. 김성룡 기자

대우자동차 콘셉트카와 누비라 양산 1호차 등 사라진 대우차의 유산들이 24일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 전시돼 있다. 김성룡 기자

대우자동차의 자료를 수집하고 역사를 보존하는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의 김형준 소장은 이들의 포천 이동에 관해 "한국 자동차산업과 대우자동차의 기념비적인 역사를 함께한 모델들이 지금이라도 방치를 면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자문연구원 김동영씨는 "해당 차들의 부품수급 등 구체적인 보존 계획 모색 후 유관업체와 접촉할 예정"이라고 간단한 후속계획을 밝혔다.

현재 포천에는 1997년~2005년 사이 발표된 콘셉트카 7대와 양산차 6대, 도입 시도 수입차 1대, 총 14대의 옛 대우차들이 전시돼 있다. 주요 차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콘셉트카

조이스터(JOYSTER, 1997)

1997년 4월 제2회 서울모터쇼에서 발표된 로드스터 형태의 콘셉트카, 형태는 '계란과 계란을 보호하는 집'에서 디자인을 얻었으며, 길쭉한 헤드램프와 불규칙한 크기의 원형이 나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 측면의 2줄로 잡혀있는 선이 있어 단순하면서 강인하며 독특한 느낌을 나타낸다. 대우자동차가 인수한 영국 워딩 테크니컬 센터에서 제작한 2인승 로드스터 형태의 콘셉트카 프로젝트이며, 명칭은 Joy와 Ster를 합쳐 joyster로 의미는 기쁨의 차,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뜻한다.

콘셉트카 조이스터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조이스터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조이스터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조이스터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조이스터 발표 당시 사진과 기사. 사진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조이스터 발표 당시 사진과 기사. 사진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만티카(MANTICA, 1997)

만티카는 경차 크기의 콘셉트카로 마티즈 출시 1년 전인 1997년 공개됐다. 티코 후속 모델 M-100의 콘셉트카로 라틴어로 "여행용 가방"이란 뜻의 만티카는 차세대 경차를 지향한 것으로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라운드한 스타일을 띠고 있다.

콘셉트카 만티카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만티카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만티카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만티카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대우자동차 군산 홍보관에 전시돼있을 당시의 만티카. 옆으로 올려서 여는 걸윙도어를 채택했다. 사진 SNS

대우자동차 군산 홍보관에 전시돼있을 당시의 만티카. 옆으로 올려서 여는 걸윙도어를 채택했다. 사진 SNS

타쿠마(TACUMA, 1997)

타쿠마는 MPV(Multi Purpose Vehicle, 다목적차량)로 개발된 레조의 콘셉트카로 1997년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됐으며 레조의 수출명이기도 하다. 레조는 3개의 콘셉트카를 거쳐 피닌파리나 모델로 최종 결정돼 2000년 1월 7일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콘셉트카 타쿠마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타쿠마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타쿠마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타쿠마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타쿠마의 도어핸들과 실리콘으로 밀봉된 도어.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타쿠마의 도어핸들과 실리콘으로 밀봉된 도어. 김성룡 기자

대우차 콘셉트카 타쿠마. 사진 SNS

대우차 콘셉트카 타쿠마. 사진 SNS

바다(VADA, 2001)

바다는 200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된 콘셉트카로 양산 모델은 아니지만, 대우 최초의 SUV 모델이다. 세계적인 신차개발과 서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대우가 1995년 1월 설립한 대우 워딩 테크니컬 센터가 디자인을 맡았다.

콘셉트카 바다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바다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바다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바다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바다의 도어핸들 부분. 문이 열리지 않으니 당기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바다의 도어핸들 부분. 문이 열리지 않으니 당기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바다의 리어램프와 로고.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바다의 리어램프와 로고. 김성룡 기자

대우차 콘셉트카 바다 발표 당시 모습. 사진 SNS

대우차 콘셉트카 바다 발표 당시 모습. 사진 SNS

스코프(SCOPE, 2002)

매그너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스코프는 2002년 오토(OTO)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고, 2003년 스코프란 이름으로 GM대우 출범 첫 모터쇼인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콘셉트카 바다의 후속 연구모델이다.

콘셉트카 스코프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스코프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스코프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스코프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스코프에 부착된 제원표.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스코프에 부착된 제원표. 김성룡 기자

대우차 콘셉트카 스코프가 OTO 라는 이름으로 2002 서울모터쇼에 전시돼있는 모습. 사진 SNS

대우차 콘셉트카 스코프가 OTO 라는 이름으로 2002 서울모터쇼에 전시돼있는 모습. 사진 SNS

S3X(2004)

S3X는 2004년 공개된 C100(윈스톰)의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 콘셉트카다.

콘셉트카 S3X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S3X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대우차 콘셉트카 S2X 발표 당시 모습. 사진 SNS

대우차 콘셉트카 S2X 발표 당시 모습. 사진 SNS

T2X(2005) 

T2X는 2005년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했던 콘셉트카로 2006년에 나온 윈스톰의 플랫폼을 공유하며, 윈스톰 다음으로 출시 예정이었던 SUV 모델이었다. 엔진은 1500cc와 2000cc 디젤 및 2000cc 가솔린 엔진이 적용되며, 2007년 11월 또는 2008년 3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콘셉트카 T2X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T2X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T2X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콘셉트카 T2X의 뒷 모습. 김성룡 기자

대우차 콘셉트카 T2X 발표 당시 모습. 사진 SNS

대우차 콘셉트카 T2X 발표 당시 모습. 사진 SNS

양산차

누비라 양산1호차(1996)

1996년 군산공장 생산 1호 차량으로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진념 당시 노동부 장관, 고건 당시 민정당 전북도지부장, 채영석, 이긍규, 현승종, 오세웅 등 정치인들의 사인이 보닛에 쓰여 있다.

누비라 양산 1호 차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누비라 양산 1호 차의 앞 모습. 김성룡 기자

누비라 양산 1호차이 뒷 모습. 김성룡 기자

누비라 양산 1호차이 뒷 모습. 김성룡 기자

1996년 누비라 양산 1호 행사에 참여했던 진념 당시 노동부 장관, 고건 당시 민정당 전북도지부장, 채영석, 이긍규, 현승종, 오세웅 등 정치인들의 사인이 보닛에 써 있다. 김성룡 기자

1996년 누비라 양산 1호 행사에 참여했던 진념 당시 노동부 장관, 고건 당시 민정당 전북도지부장, 채영석, 이긍규, 현승종, 오세웅 등 정치인들의 사인이 보닛에 써 있다. 김성룡 기자

누비라 대륙횡단 성공 차량(1997)

1997년 '칭기즈칸 원정로 탐사대' 지원 차량으로 참가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폴란드까지 117일 동안 1만7000km를 달려 유라시아 대륙횡단에 성공했다.

유럽-아시아 대륙횡단에 성공한 누비라 차량. 김성룡 기자

유럽-아시아 대륙횡단에 성공한 누비라 차량. 김성룡 기자

누비라2 10만㎞ 내구성 테스트 성공 차량(1999) 

1999년 10만km 내구성 테스트에 성공한 누비라2. 당시 24시간 내내 시동을 켠 상태로 주유할 때만 정차하며 시속 80~130km로 15명의 운전자가 번갈아 운전했다.

1999년 10만km 내구성 테스트에 참여한 누비라2 차량. 김성룡 기자

1999년 10만km 내구성 테스트에 참여한 누비라2 차량. 김성룡 기자

레조 GM대우 생산 1호차( 2002)

2002년 대우자동차가 GM대우로 사명을 바꾸고 처음 생산된 레조 차량.

2002년 대우자동차가 GM대우로 사명을 바꾸고 처음 생산된 레조 차량. 김성룡 기자

2002년 대우자동차가 GM대우로 사명을 바꾸고 처음 생산된 레조 차량.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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