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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억 들어가나 檢 실험까지…유동규 '돈상자' 더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4~8월 네 차례에 걸쳐 김용(56·구속) 민주연구원(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부원장에 현금 6억원(공모액 8억4700만원)을 전달할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종이 상자와 똑같은 상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갖고 있던 동일한 상자를 이용해 김 부원장에 추가로 뒷돈을 건네려 했는지를 캐고 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에 현금을 담아 건넸다는 종이상자를 검찰이 물증으로 확보했단 언론 보도에 “현금만 받고 그 현금을 둘러싼 도구를 돌려준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한다고 하면서 발표하는 내용들이 다 비상식적인 얘기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속행 공판 직후 취재진에 “저는 전달받은 상자”라고만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준철)가 심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준철)가 심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가 확보한 상자는 실제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에 돈을 건넬 때 사용한 상자가 아니라 유 전 본부장이 보유하고 있던 동일한 종류의 종이 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해당 상자에 1억원씩 담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실제 이 상자에 정확히 현금 1억원을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실험해 검증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도 전날 공판 휴정 시간에 기자들과 만나 “예를 들어 ‘여기(상자)에 넣어 줬다’고 하는데 여기에 1억이 안 들어가면 잘못된 진술 아니냐. 그런 것을 (검찰이) 다 검증한 거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상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해당 상자를 여러 개 갖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예비경선 자금 용도로 20억원을 요구했고, 지난해 8월 “나머지 돈은 언제 마련되느냐”며 재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다.

검찰은 나머지 대선 경선자금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가 보유하던 상자를 보관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김 부원장은 “물증은 없고 진술만 있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유동규-김용 불법 자금 전달 의혹 그래픽 이미지.

유동규-김용 불법 자금 전달 의혹 그래픽 이미지.

검찰이 확보한 물증 중 현금 전달용으로 사용된 가방은 실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파트장)가 유 전 본부장에 전달할 때 사용한 것으로, 김 부원장에게 전달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이 각각 자금책(남 변호사)→중간책(정 변호사)→전달책(유 전 본부장) 역할을 넘어서 사전 대책회의 등을 통해 김 부원장에 대선 경선자금 명목으로 전달될 돈이란 걸 서로 알고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현금 액수가 거액인 탓에 봉투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에게 현금 상자를 전달한 시점·장소·액수 등을 특정했다. 특히 김 부원장이 돈을 받은 장소를 ▶성남시 판교역 인근 유원홀딩스 사무실 ▶경기도청 인근 길가 ▶수원 광교포레나 인근 길가 등 세 곳으로 적시했다고 한다.

최근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휴대전화 클라우드 비밀번호를 제출받은 검찰은 실제 김 부원장과 이 대표의 경선 자금 전달을 논의한 내용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 정 변호사 등 세 명의 진술과 남 변호사의 측근인 이모씨(천화동인 4호 사내이사)의 메모장, 돈을 건넨 시점의 유 전 본부장과 김용 부원장의 통화내역·위치 등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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