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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는 몰랐는데…" 순천만에서 본 페루 '나스카 불가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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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내 용산전망대. 가족과 함께 망루에 오른 정명석(52·광주광역시)씨가 탄성을 쏟아냈다. 자신이 걸었던 순천만 데크길이 커다란 오리가 걷는 형상을 하고 있어서다. 갈대밭을 목재 데크로 연결한 순천만습지 일대는 한반도 형상과 닮아 있었다. 순천만 끝자락을 바라보니 축구장 3~4배 크기(가로 400m, 세로 130m)의 ‘대한민국의 미래, 순천만정원’이라는 안내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정씨는 “아래서 걸을 때는 몰랐는데 산에서 내려다보니 순천만 전체가 다양한 무늬 천지”라며 “마치 나스카(Nazca) 불가사의를 보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나스카 지상화는 페루 사막에 100∼300m 크기의 동물 그림이 곳곳에 그려진 곳이다. 그림 크기가 워낙 큰 탓에 공중에서만 확인이 가능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오리 모양 데크, 한반도 형상 갈대밭 ‘자연 조형’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오리 모양 나무데크와 한반도 형상의 갈대밭이 ‘순천만정원’ 안내문구 등과 어우러져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오리 모양 나무데크와 한반도 형상의 갈대밭이 ‘순천만정원’ 안내문구 등과 어우러져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정원’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2013년 제1회 국제정원박람회장으로 사용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정원이자 대한민국 첫 국가정원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정원’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2013년 제1회 국제정원박람회장으로 사용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정원이자 대한민국 첫 국가정원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내년 4월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순천만에 자연을 이용한 조형 작품이 곳곳에 수놓아지고 있다. 일반 벼와 검은색 벼의 색깔 차이로 표현한 흑두루미 형상과 순천만정원 문구가 대표적이다. 농작물로 만든 경관디자인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자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순천만은 22.4㎢의 갯벌과 5.6㎢의 갈대 군락지에 3000마리가 넘는 흑두루미의 군무가 펼쳐지는 곳이다. 조류 252종과 동식물 1600여종이 서식해 생태계의 보고(寶庫)로도 불린다.

순천만은 국내 최대의 경관농업(景觀農業)을 볼 수 있는 곳이다. 2013년 국내 첫 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가로 35m, 세로 100m의 흑두루미를 쌀 색깔로 표현한 게 시작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 9월에는 대형 흑두루미 형상과 함께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그려지기도 했다.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는 행운과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길조다.

순천시 생태환경과 김원덕(55) 팀장은 “노란색인 일반 벼 사이에 검은색 벼를 심어 흑두루미 등을 형상화한 경관 조형물”이라며 “2009년 이후로 GPS(위성항법장치)로 만든 도안에 따라 농민들이 직접 흑두루미 경관농사를 짓고 있는 것도 큰 의미”라고 했다.

10년 전 440만명 찾은 정원박람회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오리 모양 나무데크와 한반도 형상의 갈대밭이 ‘순천만정원’ 안내문구 등과 어우러져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오리 모양 나무데크와 한반도 형상의 갈대밭이 ‘순천만정원’ 안내문구 등과 어우러져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옛 새우양식장 습지복원 지형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옛 새우양식장 습지복원 지형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두 번째 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변신 중인 순천만 경관에도 눈길이 쏠린다. 10년 전 국내 첫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와 국내 제1호 국가정원 지정(2015년 9월)에 이은 생태형 프로젝트다. 순천에선 2013년 4월 국내 첫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려 국내·외에서 440만여 명이 다녀갔다.

순천만이 준비한 두 번째 생태 프로젝트는 어싱(earthing)길이 연다. 순천만 연안과 내륙의 람사르습지를 연결하는 탐방로다. 어싱은 맨발 걷기로 땅과의 접지를 꾀하는 자연치유법이다. 땅과 신체의 접촉을 통해 체내에 쌓인 정전기를 배출하고, 음이온성 자유전자를 흡수해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원리다.

10년 후 ‘어싱길 프로젝트’로 업그레이드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어싱길 전경. 순천만 연안과 내륙의 람사르습지를 연결하는 생태 프로젝트다. 어싱(earthing)은 맨발 걷기로 땅과의 접지를 꾀하는 자연치유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어싱길 전경. 순천만 연안과 내륙의 람사르습지를 연결하는 생태 프로젝트다. 어싱(earthing)은 맨발 걷기로 땅과의 접지를 꾀하는 자연치유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내년 4월 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정비 중인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내 어싱길 조감도. 순천만 연안과 내륙의 람사르습지를 연결하는 생태 프로젝트다. 어싱(earthing)은 맨발 걷기로 땅과의 접지를 꾀하는 자연치유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내년 4월 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정비 중인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내 어싱길 조감도. 순천만 연안과 내륙의 람사르습지를 연결하는 생태 프로젝트다. 어싱(earthing)은 맨발 걷기로 땅과의 접지를 꾀하는 자연치유법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내년 4월 정원박람회 개막에 맞춰 공개될 순천만 어싱길은 총 3코스(4.5㎞)다. 1코스는 2008년 전국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것을 기념해 만든 ‘벚꽃이 아름다운 람사르길’이다. 2코스는 대대포구에서 생태체험장으로 이어지는 세계유산길, 3코스는 별량 장산마을까지 이어지는 갯골길이다. 갯벌과 농경지의 경계인 뚝방길 위에 잔디나 고운 마사토 등이 번갈아 있는 갯벌 로드를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순천만관리센터 황선미(50) 주무관은 “어싱은 신체 면역력 향상과 혈액순환 개선 등 효과로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치유법”이라며 “맨발로 걷기만 해도 갯벌과 갈대숲, 바람이 주는 힐링 효과를 두루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국가정원에 이은 ‘제1호 해양정원’ 중심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를 찾은 탐방객들이 갈대밭에 설치된 나무데크 위를 걷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를 찾은 탐방객들이 갈대밭에 설치된 나무데크 위를 걷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오리 모양 나무데크와 한반도 형상의 갈대밭 등이 순천만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오리 모양 나무데크와 한반도 형상의 갈대밭 등이 순천만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어싱길은 단순한 치유의 공간을 넘어 항구적인 생태보존을 위한 의도도 숨어있다. 현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인 ‘국가해양정원’ 사업의 중심지 역할이다. 순천시는 2018년 수립된 ‘여자만 국립갯벌습지정원 조성 마스터플랜’에 따라 인근 보성군과 함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자만 국립갯벌습지정원 사업은 여수-순천-고흥-보성 앞바다의 생태를 잇는 2185억원 규모의 국가 사업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어싱길은 제1호 해양정원 지정에 도전하기 위한 킬러 콘텐트”라며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해양 어싱길과 순천만의 옛 뱃길 복원 등을 통해 10년 전 박람회와는 또다른 감흥과 매력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흑두루미 40%…전봇대 283개 뽑은게 시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 10월 전남 순천시 순천만 습지 인근 논에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글귀와 함께 흑두루미가 논아트로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 10월 전남 순천시 순천만 습지 인근 논에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글귀와 함께 흑두루미가 논아트로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의 군무. 사진 순천시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의 군무. 사진 순천시

순천만에서 국내 첫 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이 탄생한 배경은 2009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노관규(62) 순천시장이 순천만 보존과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주변 농경지에 있던 전봇대 283개를 뽑아낸 게 시작이다. 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순천만에 생태형 탐방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생태공원으로 바꾼 것도 이때다.

이후 순천만은 한 해 3500여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드는 국내 최대 서식지가 됐다. 1999년 80마리의 월동이 확인된 후 매년 흑두루미 개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2014년 1005마리로 1000마리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470마리가 순천만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있는 흑두루미 1만8000마리 중 40% 이상이 해마다 순천만을 찾는 것으로 본다.

순천만습지 ‘호위무사’…‘축구장 100개’ 정원박람회장

내년 4월 순천만국가정원 앞 농경지에 조성될 100㏊ 규모의 경관조경 조감도. 튤립 150만본과 유채꽃 등을 이용해 100년 전 순천만의 모습을 형상화한 콘셉트다. 사진 순천시

내년 4월 순천만국가정원 앞 농경지에 조성될 100㏊ 규모의 경관조경 조감도. 튤립 150만본과 유채꽃 등을 이용해 100년 전 순천만의 모습을 형상화한 콘셉트다. 사진 순천시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정원’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2013년 제1회 국제정원박람회장으로 사용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정원이자 대한민국 첫 국가정원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6일 오후 전남 순천시 ‘순천만정원’ 상공에서 바라본 전경. 2013년 제1회 국제정원박람회장으로 사용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정원이자 대한민국 첫 국가정원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10년 전 박람회장이 들어선 순천만정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정원이다. 5㎞ 거리인 순천만습지를 보존하기 위해 111만2000㎡ 정원 안에 83만7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축구장 100개 크기인 순천만정원은 박람회 개최 후인 2015년 9월 국내 첫 국가정원이 됐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내년 박람회 때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한다. 국가정원 앞 농경지에 100㏊ 규모의 경관조경을 조성한다. 튤립 150만본과 유채꽃 등을 이용해 100년 전 순천만의 모습을 형상화한 콘셉트다. 순천시농업기술센터 이기정(56) 소장은 “박람회장 앞 경관정원은 순천만습지 내 어싱길과 함께 박람회를 이끌 핵심 콘텐트”라며 “경관농업을 정원 및 화훼, 힐링산업과 연계함으로써 선진국형 6차산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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