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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용 돈 요구한 작년 2월, 광주서 '李포럼' 사람 모았다"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실제로 광주지역의 친(親) 야권 포럼들을 모아 여러 차례 연석회의를 열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 시기는 검찰이 김 부원장이 “광주지역을 돌고 있다”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대선 경선 자금 20억원을 요구했다고 파악한 것과 같은 시점이다.

같은 해 6월 28일 예비후보 등록으로 시작된 민주당 경선 4개월 앞두고 호남지역 세몰이에 나선 셈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이 건넨 불법 대선자금을 전략 지역인 호남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이 대표 지지조직을 결성하는 데 쓴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용, 2월 여러 약속 동시에 잡고 대표들 모아”

2019년 12월 성남 분당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과 함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이는 김씨가 2019년 12월 15일올린 김씨의 블로그에 게시된 사진이다. [김용 블로그 캡쳐]

2019년 12월 성남 분당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과 함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이는 김씨가 2019년 12월 15일올린 김씨의 블로그에 게시된 사진이다. [김용 블로그 캡쳐]

28일 광주지역의 이 대표 지지 포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김용 부원장은 광주지역을 돌며 현지 친 민주당 성향의 단체 대표들을 모아 '연석회의' 형식의 점심·저녁 자리를 여러 차례 잡았다. 연석회의는 둘 이상의 회의체가 합동으로 여는 회의다. 이 관계자는 “점심 한 번에 여러 약속을 동시에 잡아놓고 여러 군데를 도는 식이었다”며 “당시 포럼 대표들이 김 부원장을 기다리다 못해 '사람 모아놓고 뭐하는 거냐'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2021년 2월은 유 전 본부장이 진술한 김 부원장의 정치자금 요구 시기와 일치한다. 당시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전국 순회 경선을 6개월 앞둔 시기였다. 광주에선 이즈음 이재명 대표의 전국단위 지지 모임인 희망사다리포럼·희망22포럼 등이 발족했고, 4월 제주, 6월 강원·전북·경기남부·서울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당시 광주에서 김 부원장과 함께 지역 단체를 모으는 등 역할을 한 인사로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직시절 산하기관장을 지낸 강 모씨와 출판문화공간 대표를 지낸 황 모씨가 거론된다. 강 씨와 황 씨는 이후 이 대표의 경선 캠프인 ‘열린캠프’에 영입됐다.

김용, “거대한 조작” VS 檢, “물증 갖고 구속”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조성한 자금 8억4700만원을 4차례에 걸쳐 받고, 이 중 6억원을 2021년 4~8월 성남 판교역 유원홀딩스 사무실과 경기도청 인근 길가, 수원 광교포레나 인근 길가 등에서 김용 부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을 ‘선거자금’으로 규정한 만큼 실제 경선 예비캠프 등에서 이 대표의 선거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증거를 찾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김 부원장은 물론 경선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계좌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광범위한 자금추적도 벌이고 있다.

유동규-김용 불법 자금 전달 의혹 그래픽 이미지.

유동규-김용 불법 자금 전달 의혹 그래픽 이미지.

김 부원장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서 있다”며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들의 진술 외에 어떤 증거도 없다”는 김 부원장 변호인의 말을 전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역시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시 유동규와 김용의 통화기록만 조회해서 비슷하게 장소 일치하면 연결 지어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집행된 김 부원장의 구속 영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위주로 범죄 사실이 구성돼 있다”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증거를 갖고 기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언급한 김 부원장의 “광주지역을 돌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과 김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할 때 사용한 박스·가방을 물증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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