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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급한 한국 관광] 21년 적자 한국 관광리모델링 시급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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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01면

SPECIAL REPORT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로 향하는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로 향하는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 뿌리 깊은 적자가 있다. 관광수지다. 21년째 내리 적자를 보고 있다. 2017년 147억 달러, 2018년 131억 달러 적자로 ‘최악’을 찍었다.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일조한 중국 관광객이 사드 배치 갈등으로 썰물처럼 빠졌을 때다.

올해 8월까지 관광수지 적자는 34억 달러.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풀린 뒤 한국의 아웃바운드(관광 출국)가 거세다. 1~8월 272만5823명이 나갔다. 이미 지난해(122만2541명) 출국자를 2배 이상 넘겼다. 인바운드(관광 입국)는 그 절반 수준인 138만5103명이다. 여행 성수기인 가을에 접어들며, 황금연휴를 두 차례 낀 10월의 아웃바운드가 워낙 거세 올해 관광수지 적자는 4년 만에 100억 달러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성적인 관광수지 적자는 고용과 외환보유에 영향을 끼쳐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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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의 불균형은 ‘관광 경쟁력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일단 비싸다. 서울은 생활비가 비싼 도시 세계 10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 물가는 악명 높다. 지난 2분기 전국 평균 5,4% 상승 와중에 6.4%나 올랐다. 2017년부터 한국을 수차례 방문한 바실리나(29·에스토니아)는 “특히 숙박비가 비싸다”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인바운드 드라이브를 건 이웃 일본은 엔저와 무비자 입국으로 관광 대국 입지를 굳히고 있다.  또 다른 이웃 동남아는 전형처럼 여겨온 ‘싼 맛’으로 관광 ‘가성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관광정책은 과거에 갇혀 있다. 21세기 들어 개별화된 여행 트렌드가 이어졌지만, 단체여행 기반의 설악동을 비롯한 중요 관광단지는 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쇠잔해졌다. 드라마 인기에 너도나도 촬영 세트장을 관광 콘텐트로 만들었지만, 반짝 관광객이 빠지자 흉물로 방치된 곳이 수두룩하다.

비싼 물가는 억지로 끌어내릴 수 없다. 그렇다면 비싸더라도 만족할만한 관광 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개별화된 관광은 수준 높은 콘텐트를 요구한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 영국 잉글리쉬프리미어리그(EPL) 체험,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스페인 산티아고길 같은 콘텐트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중국 위주에서 미국·유럽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들은 쇼핑(33.5%, 중복응답)보다 자연과 문화(58.6%) 체험을 원한다. 전남 곡성에서 열리고 있는 익사이팅챌린지처럼, 지난 22일 수백 명의 외국인이 열광한 광양 K팝 페스티벌처럼 K여행과 K무비, K팝 등을 K관광으로 버무려야 한다. 실제로 지난 15일 BTS가 부산에서 콘서트를 열자 2만여 명의 해외 팬이 한국을 찾기도 했다.

관광은 부가가치도, 성장 잠재력도  크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이른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트렌드 변화에 따른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한국 관광 경쟁력은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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