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한 끈을 계속 이어갈 태세다. 김의겸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한 이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 등과 함께 지난 7월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다.
여야에서 “허무맹랑한 이야기”(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의 작전 미스”(조응천 민주당 의원)라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당 지도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담동 술자리 진상규명 TF’(가칭) 출범까지 검토 중이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국민적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의혹을 계속 파고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빨리 거둬들이고 사과해야 한다”(최재성 전 의원)는 당내 우려에도 지도부가 이처럼 강공 드라이브에 나선 건 처음부터 김 의원 개인의 판단만으로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복수의 전언에 따르면 김 의원은 국감 전 간접적으로 당 최고위원회의에 이 사안을 사전 보고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국감이 열리기 전 술자리 의혹이 지도부에 공유됐다”며 “다만 모두가 적극 찬성한 것까진 아니고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여기에 김 의원의 의혹 제기가 있던 날 한 장관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맞받아치자 “오히려 ‘뭔가 있다’는 신호를 받았다”는 게 지도부 인사들의 주장이다. 당시 한 장관은 “제가 저 자리에 없었다는 데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있을 모든 직을 다 걸겠다. 의원님도 걸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의원은 “한 장관이 그냥 ‘저 안 갔다’ 이러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고발을 언급한다”며 한 장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당내에선 자극적인 소재에 ‘야권 지지층 내 대표적 비호감’인 한 장관의 강한 대응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검·경 수사로 이 대표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이를 ‘반격 수단’으로 삼자는 의견도 적잖다. 친야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술자리 의혹’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 탄핵 집회를 요구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 이후 당에 여러 제보가 쏟아지면서 의혹의 신빙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도부 내에서도 “지금까지 제보된 내용을 종합하면 한 장관까진 몰라도 윤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들이 만난 건 맞는 것 같다”거나 “술자리 참석자가 30명이 넘는데 결국 양심선언을 하는 이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판을 계속 키우자 그동안 언급이 없던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관련 질문을 받자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입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 자체가 국격에 관계되는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한 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김 의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할 땐 저질 가짜뉴스를 뿌려도 되는 분위기였는지 묻고 싶다”며 “민주당이 저질 가짜뉴스에 올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총공세를 폈다. 국회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 등 20명은 이날 ‘국회의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사유로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며 “삼류 저질 정치 행태”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수도권 초선 의원은 “검찰 수사로 불안한 이 대표를 달래기 위해 당 전체가 말도 안 되는 의혹에 매몰돼 있는 모습”이라며 “이러다 ‘한동훈 대통령’을 만들어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