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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잠 잘 못자고 식사도 잘 못해” 민생 행보로 반전 모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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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04면

‘사법 리스크’ 돌파구 찾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대구광역시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대구광역시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압박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화재 피해를 입은 대구광역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으며 현장 행보를 재개하고 나섰다.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과 여의도 중앙당사 압수수색 등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다시 민생 이슈를 통해 반전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대구광역시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상인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민주당도 신속한 피해 복구·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잇따른 사건·사고로 국민이 불안해 하는데 이런 때일수록 여·야·정이 정쟁을 보류하고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며 “여·야·정 국민안전대책회의 같은 초당적 협력 기구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쟁에 빠져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에 국가의 역량을 소모할 게 아니라 초당적 정치로 국가적 위기를 넘어서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것은 지난달 30일 광주 이후 한 달 만이다. 이 대표 측 인사는 “당초 매주 한 차례씩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것을 계획했지만 측근 구속과 당사 압수수색 등으로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입법에 반영해 최대한 성과를 내면서, 결과적으로는 검찰 수사와 야당 탄압에 몰두하는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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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대표의 최근 행보를 놓고 당내에서는 불안감도 읽힌다. 불법 대선자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 압박이 세지자 이 대표의 대응이 갈팡질팡하는 측면이 없지 않아서다. 친이재명계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조만간 소환을 통보해 자신이 곧 포토 라인에 설 수도 있다는 현실을 이 대표도 잘 알고 있다”며 “사법 리스크 현실화에 대한 초조감 때문에 메시지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불안한 모습도 자주 표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최근 밤잠도 통 못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이 대표 측 인사는 “이 대표가 요즘 잠에 쉽게 들지 못하고 식사도 잘하지 못한다”며 “갈수록 수척해지고 있어 안타까워하는 측근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최근 민주당 당직자 사이에서도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해 얼굴 살이 확연하게 빠진 이 대표의 모습이 주된 얘깃거리라고 한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지난 21일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원래 78㎏쯤 하다가 지금은 70㎏을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얼굴 살이 빠져서 피곤해 보인다고 하시는데, 건강을 위해 체중 관리를 하다 보니 살이 빠진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불안안 심리를 드러내기 싫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규 “김용에 준 돈은 경선자금”=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4~8월 네 차례에 걸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한 8억4700만원에 대해 “(이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알고 있었다”고 28일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준철)가 심리한 대장동 사건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의 측근 이모씨가 돈을 전달한 일시·장소·액수 등을 남긴 메모가 사실이라며 그 근거로 “제가 (직접) 전달했으니까”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 부원장에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상자와 가방을 물증으로 확보했다는 기사(중앙일보 10월 27일자)에 대해 “누가 현금만 받고 박스를 돌려주느냐”(우상호 민주당 의원)는 반박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것은 김 부원장이 돌려준 것이 아니라 유 전 본부장이 다수 보유했던 똑같은 종류의 종이상자로 알려졌다. 해당 상자에 1억원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만약 ‘여기(상자)에 1억을 넣어 줬다’고 하는데 1억이 안 들어가면 잘못된 진술 아니냐”며 “(검찰이) 그런 것들을 다 검증한 거 아닐까”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자신의 휴대전화 클라우드 비밀번호를 검찰에 제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면서 “내가 (지난해 9월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창밖으로 던진) 핸드폰 이런 거를 잘 지켰어야 하는구나, 나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거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휴대전화 메신저에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 부원장 등이 포함된 ‘정무방’을 만들어 정책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대화방에)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를 직접 신문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여러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남 변호사는 “2014년 12월에 김만배씨가 내게 사업에서 빠지라고 하면서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얘기한 걸 들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그 자리에서 이재명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이어 “2015년 2월 내지 4월께 김만배씨가 내게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지분이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얘기한 걸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정 회계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2015년 1월 정 회계사가 1차 이익인 1공단 공원화 비용 외 2차 이익인 임대수익, 임대아파트 부지를 가져오는 것에 대해 유 전 본부장에 설명하고, 그 설명을 들은 유 전 본부장이 정진상 실장을 통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하고, 이 시장이 그걸 동의해 공모지침서에 삽입하란 지시가 내려와서 유 전 본부장 통해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투자사업파트장)에 지시가 내려갔지 않았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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