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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급한 한국 관광] 소득 높아지면 여행 증가 당연한 현상…적자 규모 너무 커지면 경제 발목 잡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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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13면

SPECIAL REPORT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6차례 휩쓸고 간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 시장이 회복되면서 관광수지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해외여행 회복에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가 폐지된 이후 해외여행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번 달 11일부터 일본 여행이 재개됨과 동시에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부담 없이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여행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여행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시장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동남아와 미주·유럽 등 한류 인기로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의 불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 1~8월까지 관광수지는 34억 달러 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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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여행 불균형이 심화하면 관광수지 적자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관광수지는 방한 외래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지출한 금액(관광수입)과 국민 해외여행객이 해외에서 지출한 금액(관광지출)의 차이를 의미한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적게 들어오고 국민이 해외여행을 많이 나갈수록 적자 폭은 커진다.

우리나라 관광수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해외여행이 줄어들며 잠시 흑자를 기록한 바 있지만 2001년 이래 관광수지 적자는 계속되었다. 2015년에는 메르스 발생 때 방한 외래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관광수지 적자가 그 전년보다 3배가 넘는 64억 달러에 이르렀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중국 관광객이 절반으로 급감하며 사상 최대인 14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0년간 매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연평균 5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왔다.

만성적인 관광수지 적자는 국제수지 관점에서 볼 때 국내 경제성장, 고용 및 외환보유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힘들게 벌어 해외여행으로 펑펑 쓴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국력이 신장하고 소득이 늘어나고,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여가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여행 수요와 해외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관광수지 적자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한국경제가 발전할수록 관광수지 적자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관광수지 적자는 외국인 관광객 입국보다 자국민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해외여행을 못 나가게 할 수도 없다. 국제관광수요를 결정하는 요인은 경기와 소득수준, 환율과 여행물가, 비자제도, 관광 매력과 홍보 같은 다양한 요인이 있어, 현실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관광수지 적자 해소 방안은 매우 제한적이다.

먼저, 관광수지를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는 이유는 소비하기 위해서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필요한 물품을 해외에서 사들였는데도 돈이 남는다면 그 돈으로 해외에서 공부도 하고 여행을 다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해외여행이 단순히 국제수지 악화를 초래한다는 경제적인 손실의 측면에서 벗어나,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면 관광수지 적자의 경제적 비용은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해외여행 규모는 국민 삶의 질을 측정하는 척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관광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면 적자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감수해야 적정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16년 기준 미국의 관광수지 적자 규모는 54억 달러, 일본 19억 달러, EU 40억 달러 및 동남아 39억 달러 수준이다. 관광선진국이 40~50억 달러의 관광수지 적자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또한 적정한 수준의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와 정치 상황에 따라 적자 폭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경상수지 대비 관광수지의 적자 규모를 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관광수지 적자는 불가피하더라도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관광수지를 줄이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덜 나가거나, 외국 사람들이 더 들어와 많이 쓰게 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여행이 볼거리는 없는데 비싸기만 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려면 국내에 볼만한 곳, 느낄만한 곳을 더 많이 찾고 만들어야 한다. 한국관광의 질적 향상과 고부가가치화, 신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과 부산에 쏠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퍼지도록 지방 관광 활성화를 추진하고, 중국과 일본 관광객에 편중된 관광시장도 다변화해야 한다.

국민이 덜 나가게 하려면 국내 여행을 활성화해야 한다. 국민이 해외여행을 나간다는 것은 국내에 소득수준에 비례해서 여행 다닐 만한 곳들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코로나를 거치며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과 매력이 향상된 점은 다행스럽다. 지속해서 지역 교통편의 증진과 관광편의시설 개선, 볼거리 제공을 위한 지역 문화관광콘텐트 발굴 및 서비스 개선, 국내 관광홍보 및 캠페인이 필요하다.

관광경쟁력은 관광정책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안전, 교통, 도시, 경제, 외교 정책 등 다양한 관련 정책들과 협력해야 가능하다. 과거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관계, 역사문제로 인한 한일관계의 냉각이 관광수지 적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미시적 정책과 아이디어, 당장의 성과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전략적 사고에 기초한 근본적 처방이 해법이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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