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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못한다고 차 렌트 거부” 최대 외국인 산악회원의 쓴소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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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15면

SPECIAL REPORT [리모델링 급한 한국 관광]

전남 곡성군 고달면의 호락산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에서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 CIK(Climbing in Korea)회원들이 펄쩍 뛰며 흥을 돋구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전남 곡성군 고달면의 호락산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에서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 CIK(Climbing in Korea)회원들이 펄쩍 뛰며 흥을 돋구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지난 10월 18일 국내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인 CIK(Climbing in Korea) 회원들이 전남 곡성군 고달면 호락산(250m)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 전 점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위의 사진 촬영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것이다. 김홍준 기자

지난 10월 18일 국내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인 CIK(Climbing in Korea) 회원들이 전남 곡성군 고달면 호락산(250m)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 전 점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위의 사진 촬영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것이다. 김홍준 기자

“와우!”

빌리(37·미국)는 타고 있던 패러글라이더가 바람을 타고 호락산(250m) 위로 솟구치자 외쳤다. 패러글라이더가 착륙 직전 회전(스파이럴 다이빙)하자 잉그리드(54·벨기에)도 비슷한 탄성을 내질렀다. 카약이 대황강 급류를 타고 순간 공중에 뜨자 자비네(58·독일)의 목소리는 오히려 들떴다.

이 가을, 전남 곡성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다. 인구 2만7000여 명에 불과한 조용한 곡성군에 왜 외국인들이 몰려왔을까. 곡성군은 지난달 마지막 주말부터 다음달 첫 주말까지 3개월간 6회에 걸쳐 ‘2022 글로벌 익사이팅 곡성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카야킹 외에 기차마을 체험도 있다. 지난 7월 한국관광공사 공모에 뽑혔다. 주최 곡성군, 후원은 한국관광공사다. 주관단체는 ‘CIK’다.

국내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인 CIK(Climbing in Korea) 회원들이 전남 곡성군에서 외국인 자연 체험 프로그램 '글로벌 익사이팅 챌린지' 중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국내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인 CIK(Climbing in Korea) 회원들이 전남 곡성군에서 외국인 자연 체험 프로그램 '글로벌 익사이팅 챌린지' 중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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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K(Climbing In Korea)와는 이미 2020년 1월에 인터뷰했다. 북한산 백운대에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단체모임 금지 지침은 30명 가까이 모인 우리나라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에 관한 기사 게재를 밀어냈다. 당시 흥에 겨워 백운대 정상에서 춤을 춘 미국인 가스파로프(25)는 그새 고려대에서의 학업을 마치고 귀국했다. 2008년에 출발한 CIK는 회원 수가 1만4400명에 이른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모임 앱인 ‘미트업(meetup)’을 통해 활동한다.주말 산행에는 100명이 모이기도 한다.

주한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 CIK (Climbing in Korea) 회원들이 2020년 1월 북한산 백운대에 올랐다. 고려대에서 학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가스파로프(오른쪽)가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다. 왼쪽 두 번째가 CIK를 창립한 김성원 파운더다. 이 사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모임이 제한되자 게재를 2년 9개월이나 미루게 됐다. 김현동 기자

주한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 CIK (Climbing in Korea) 회원들이 2020년 1월 북한산 백운대에 올랐다. 고려대에서 학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가스파로프(오른쪽)가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다. 왼쪽 두 번째가 CIK를 창립한 김성원 파운더다. 이 사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모임이 제한되자 게재를 2년 9개월이나 미루게 됐다. 김현동 기자

지난 2020년 2월 1일 아차산을 찾은 주한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Climbing in Korea) 멤버들. 코로나19로 단체모임 제한 방침이 내려지기 전에 촬영한 이 사진도 게재를 2년 9개월이나 미루게 됐다. 김홍준 기자

지난 2020년 2월 1일 아차산을 찾은 주한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Climbing in Korea) 멤버들. 코로나19로 단체모임 제한 방침이 내려지기 전에 촬영한 이 사진도 게재를 2년 9개월이나 미루게 됐다. 김홍준 기자

창립자(founder)인 김성원(59)씨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외국인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다문화가정·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산행은 물론 카야킹·패러글라이딩·트리클라이밍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외국인들이 즐길 다른 아웃도어 활동을 추천해 달라고도 했다. 지난 4월 CIK는 비영리 법인이 됐다.

전남 곡성 대황강에서 CIK (Climbing in Korea) 회원들이 카야킹 중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전남 곡성 대황강에서 CIK (Climbing in Korea) 회원들이 카야킹 중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곡성군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지난 4월 카야킹 루트를 부활시켰다. 김성원 파운더는 “대황강 카야킹 루트는 카약이 뒤집어지고 바위에 끼어서 빼지도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여섯 차례에 걸친 탐사 끝에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곡성의 패러글라이딩은 이미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다. 곡성의 한 택시기사는 “요새 2030이 부쩍 많이 와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가곤 한다”고 말했다.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곡성을 찾은 CIK 외국인 회원은 240여명. 그들은 “날 것(raw)의 자연은 기대 이상” “주요(mainstream) 관광지가 아니라서, 니치(niche·틈새) 지역이라 더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CIK에는 활동 10년 넘은 ‘고참’부터, 어제 입국해 오늘 산행에 나선 ‘새내기’도 있다.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수도권을 넘어 방문율이 최하위권인 경북·전남의 깊은 곳까지 찾고 있다. 이들의 SNS에는 한국 자연에 대한 게시물로 가득하다. 바실리나(29·에스토니아)는 최근 친구로부터 ‘(혼자 한국을 체험하니) 질투가 난다’는 댓글을 받았다. 카르티케야(37·인도)는 SNS 덕분에 가족과 친구 6명이 한국을 찾았단다. 이들의 ‘입소문’과 ‘SNS소문’에 다른 외국인도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원 파운더는 “곡성 챌린지의 경우도 SNS에 피드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이번 행사가 외국인을 겨냥한 본격적인 관광 상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 CIK(Climbing in Korea)회원들이 전남 곡성군에서 외국인 자연 체험 프로그램 '글로벌 익사이팅 챌린지'를 즐기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국내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 CIK(Climbing in Korea)회원들이 전남 곡성군에서 외국인 자연 체험 프로그램 '글로벌 익사이팅 챌린지'를 즐기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이런 ‘찐 외국인 여행자들’이 한국 여행에 쏟는 애정은 깊지만 충고는 날카롭다. 코로나19로 귀국했다가 방역 지침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다시 한국을 찾은 카테리나(30·미국)는 자신을 ‘전라도 홀릭’이라고 부른다. 그는 “한국 현지인들처럼 즐기고 싶은데, 수도권을 벗어날수록 이런 정보가 전혀 없어 망망대해에 빠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카르티케야의 ‘SNS소문’을 듣고 온 가족들은 제주에서 봉변을 당했다. 예약까지 했지만,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혹은 직원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차량 렌털을 거부당했다. 그는 “한국에 머문 1년 2개월간 가장 큰 어려움이 언어”라고 말했다. 제니스(영국)는 “버스 노선은 참 많은데, 영어 안내가 없어 곤혹스럽다”며 “간단한 영어 안내라도 있으면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의 곳곳을 누비기 한층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온 랜디(38)는 “난 한국어를 할 줄 알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내 소개로 온 지인들은 영어로 소통이 안 돼 택시를 타기도, 음식을 먹는 것도 난감해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에 응한 10명 중 5명이 이런 ‘언어 장벽’을 한국 관광 중의 어려움으로 들었다. 한국에 온 지 3개월째인 아브라함(24·터키)은 “사소한 얘기인 것 같지만, 대체 휴지통은 어디에 있나. 김밥 먹고 남은 포장지를 온종일 모시고 다녀야 하나”라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지난 10월 22일 국내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인 CIK 회원들이 전남 광양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오스카 킴]

지난 10월 22일 국내 최대 외국인 아웃도어 모임인 CIK 회원들이 전남 광양에서 열린 K-팝 페스티벌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오스카 킴]

CIK 회원 44명은 지난 22~23일 전남 광양에서 K-POP 페스티벌과 섬진강 자전거 라이딩을 즐겼다. 이들의 광양 SNS 포스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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