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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쌉싸름한 ‘사랑학’의 집대성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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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20면

사랑이었고 사랑이며 사랑이 될 것

사랑이었고 사랑이며 사랑이 될 것

사랑이었고 사랑이며 사랑이 될 것
바버라 H 로젠와인 지음
김지선 옮김
서해문집

‘사랑’처럼 흔해 빠진 주제는 없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가요나 클래식, 책 할 것 없이 온통 사랑이 주인공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타령이다. 그만큼 사랑이 어렵고도 중요하며, 사람들을 설레게 만드는 그 ‘무엇’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었고 사랑이며 사랑이 될 것(Love: A History in Five Fantasies)』 또한 주제가 사랑이다. 한마음·초월·의무·집착·충족 불가능성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눈 사랑에 대한 다섯 가지 판타지의 역사를 썼다. 깊어 가는 가을, 누구나 사랑에 대해 2% 부족함을 느낄 때 딱 읽기 좋은 사색의 동반자다.

사람들은 연인이건 친구이건 간에 소울 메이트, 또 다른 자아를 찾아 헤맨다. 무엇이든 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한마음’을 가진 상대방에게 우리는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내 페넬로페는 한마음을 가진 천상의 짝이었을까. 20년 동안 떨어져 살다가 극적으로 재회한 이들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었을까.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반쪽설’은 아직도 회자된다. 태초에 인간은 완벽하게 둥근 공 모양이었으나 제우스의 견제로 둘로 쪼개진 이후 나머지 반쪽을 찾아 헤맨다는 스토리는 지금도 사랑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설명이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된 이후 사랑의 목표는 지상에서 천국으로 옮겨 갔다. 11세기가 되자 다시 지상의 세속적인 사랑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는데 그런 유형의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은 이를 일컬어 궁정연애(fine love)라 했다. 이때 많은 음유시인들이 활동했으며 지금도 전해 오는 그들의 작품이 있다. ‘큐피드의 화살’에 맞아 상사병이라는 집착에 걸린 사람들의 절절한 사랑의 송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유효하다. “이 사랑의 달콤한 풍미는/ 내 심장을 어찌나 간지럽게 때리는지/ 나 하루에 백 번을 아픔으로 죽고/ 기쁨으로 백 번을 더 살아나네.”(베르나르 드 방타도른의 ‘내가 노래하는 것도 당연하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오늘날의 사랑은 많이 자유로워졌다. 이런 새로운 분위기에서라면 샤를로테가 알베르트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그를 떠나 베르테르와 결혼하는 데 별 장애물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연인 관계에서 더 헌신적인 사람, 마음을 더 많이 쏟은 사람일수록 관계가 끝났을 때 우울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최근 영화에 이르기까지 사랑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제대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사랑학의 집대성’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금방 사랑에 빠질 일은 없겠지만 사랑의 본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쓸 만한 ‘대화의 안주거리’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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