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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미래사업 투자 늘려 동북아 허브 전략 고도화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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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24면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김경욱 사장이 코로나19 이후 인천공항의 변화와 사업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기자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김경욱 사장이 코로나19 이후 인천공항의 변화와 사업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기자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이래 한순간도 확장을 멈춘 적이 없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단계 확장 공사는 물론, 이후의 확장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는 하늘길이 다시 열리더라도 과거처럼 면세점 등에서 막대한 비항공수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김 사장은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과 국토교통부 제2차관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21년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김 사장을 만나 코로나19 이후 인천공항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 타격에도 인력 조정 없이 유지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인천공항의 하루 여객 규모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 대비 40% 수준까지 올라왔다. 연말에는 50% 수준(약 10만명)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공항 시설은 올 연말까지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60∼70%, 내년 초에는 100%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아직 하늘길이 완전히 열리진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공항 운영이 재개된 미국과 유럽과 달리 한국의 최대 여객 수요국인 중국은 여전히 출입국 제한이 남아 있다. 비행기는 이륙하는 국가와 착륙하는 국가 양쪽이 모두 열려야 완전히 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맞춰서 준비할 계획이다.”
공항 인력은 충분한가.
“우리보다 먼저 하늘길을 열었던 미국이나 유럽 공항들은 항공편 결항과 지연 등으로 혼란을 겪는 ‘에어마겟돈(에어포트+아마겟돈)’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해외 공항들의 인력 규모는 코로나19 확산 전의 50%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보안과 검색, 지상 조업 등 관련 인력의 80~90%를 유지했다. 자연 감소를 제외하면 인위적인 조정 없이 인력을 유지한 것이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일각에선 자회사 처우를 지적한다.
“자회사 처우만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공사의 자회사 급여 수준은 국내 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 대비 104% 수준이고, 전체 근로자의 상위 21% 수준이다. 직원 모두의 처우를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인천공항도 이제 코로나19 확산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나.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연말까지 3년간 누적 적자는 약 1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전 세계 주요 공항들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낸 탓에 공항공사도 적자를 피하긴 어려웠다. 다만 공항공사의 부채비율은 100%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쌓아온 내실까지 흔들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가 사라지더라도 과거처럼 수익을 낼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과거처럼 면세점 등 비항공수익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는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한국 면세점 시장은 세계 1위 규모였다. 그러다 보니 인천공항 수익의 60~70%는 면세점 등 비항공수익이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사이 중국에서 자체 면세점을 육성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면세점과 관련해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수익의 절반 이상을 면세점에 기대긴 어려울 것이다. 근본적인 사업방향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판단을 내린 이유다.”
제2여객터미널 확장 건설 사업 현장. [뉴스1]

제2여객터미널 확장 건설 사업 현장. [뉴스1]

새로운 사업방향은 무엇인가
“우선 항공수익 비중을 늘려야 한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수익성 높은 노선에 집중하고 연결성을 강화하는 등 허브화 전략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하늘길이 정상화되면, 동북아시아 지역의 항공 경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허브화 전략을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허브화 전략과 다른 점은.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후 20년간 세계적인 공항으로 발전했다. 현재 인천공항은 연간 여객 수용능력은 7700만명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만 발전한 것은 아니다. 후발 공항들이 인천공항을 모델로 삼고 비슷한 규모와 서비스, 기술을 갖추며 경쟁에 나섰다. 인천공항은 그동안 경쟁 공항들에 비해 20~40%가량 낮은 시설사용료를 제시하며 가격경쟁력에서 앞섰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경쟁 공항과 비슷한 수준의 시설사용료를 받으면서도 항공사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공항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일단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4단계 건설 사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현재 공정률은 52.8%로 이대로라면 계획했던 대로 2024년 제2여객터미널 확장과 활주로 신설이 마무리된다. 항공기 운항은 연 60만회, 여객 수용능력은 1억600만명으로 늘어나 동북아시아 1위, 세계 3위 항공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4단계 건설 사업 이후에도 인천공항 인프라와 관련한 투자는 지연되지 않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의 공항경제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술품 전시·경매 등 수장고 사업 계획

공항경제권은 무엇인가.
“공항 주변 지역을 활용해 물류, 항공부품정비(MRO), 관광·비즈니스 등 공항 연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항공 연관산업 부가가치 수익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항공산업의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떠올랐다. 따라서 공항을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예컨대 항공부품정비(MRO) 사업은 올해 하반기 내 이스라엘 IAI, 미국 아틀라스항공과 각각 본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또 다른 사례는.
“미술품 수장고 사업이 있다. 공항 인프라가 아닌 탓에 공사가 직접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인 아르스헥사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하고 협상 중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6년 하반기 연면적 8만3227㎡의 미술품 수장고를 마련하게 된다. 미술품 수장고는 단순한 미술품 보관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품의 전시와 경매, 유통의 중심 인프라로 육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미술관과 갤러리, 옥션, 전시회 등을 유치하면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는 수요가 생길 것이다.”
지역 경제 중심축이 되는 것인가.
“지역 경제에 좋은 일이 공항에도 좋은 일이다. 홍콩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컨대 미술품 경매와 전시 등에서 아시아 지역의 중심지는 홍콩이다. 항공기부품정비 분야도 홍콩이 발달한 분야다. 지역 경제가 발전하고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다 보니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홍콩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여객 수요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인천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충격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인천공항의 확장과 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에어마겟돈’ 몸살 해외 공항들, 인천공항에 SOS

하루 10만명. 영국의 유일한 허브 공항인 히드로공항의 일일 여객 수용 한도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공항 인력의 3분의 1을 감축한 탓에 올 들어 밀려드는 여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히드로공항은 지난여름부터 여객 수를 제한했다. 항공사들에게 항공권 판매를 중단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에 에미레이트항공은 “히드로 공항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대응이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항공사들의 비난 속에 히드로 공항은 이달 말 여객 수용 한도를 풀 예정이지만, 공항 운영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크리스마스에 접어드는 연말 다시 한도를 제한할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존 홀랜드 케이 히드로 공항 사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최대 수용 능력을 회복하고 싶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공항 운영이 정상화 되지 못해 승객들이 혼란을 겪는 ‘에어마겟돈’은 주요국 공항이 겪는 공통된 현상이다. 영국 히드로공항,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함께 유럽 3대 허브공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스키폴공항도 전체 직원 2만2000명의 14%를 줄인 탓에 승객들의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다. 이에 스키폴공항은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전략적 제휴 협상을 요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가운데 항공대란으로 몸살을 겪지 않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들 사이의 롤모델로 통한다. 전략적 제휴가 아니더라도, 해외 공항들의 컨설팅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20년 8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19 위기대응 컨설팅에 나서자, 인도네시아 발리공항과 베트남 하노이공항 등이 컨설팅을 받았다. 올 들어서도 태국 치앙라이공항과 베트남 호치민공항 등이 컨설팅을 마쳤다. 인천공항 측은 “공항 산업 내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지만, 특정 지역 공항 혼자만 남아선 항공편이 한 대도 뜰 수 없다”며 “좋은 노하우를 전파하는 것이 항공 산업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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