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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1도 떨어지면 면역력 30% 감소, 보온이 ‘보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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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28면

생활 속 한방

많은 사람이 가을 나들이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첫 번째 가을을 맞이하며 지난해보다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던 지난해 가을(9월 27일~10월 10일) 대비 야외활동 아이템 매출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전월 대비 저체온 환자 77%나 늘어

하지만 가을은 일교차가 큰 탓에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주 일교차가 15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졌고 반짝 추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야외활동 계획에 앞서 건강 계획을 점검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야외활동으로 캠핑, 등산, 골프 등이 꼽힌다. 힐링의 시간을 갖기 좋은 활동들이지만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체온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캠핑 중 노출되기 쉬운 가을밤 냉기는 심하면 야외에서 잠을 자는 도중 저체온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10월엔 전월 대비 저체온증 환자가 약 77.4%나 증가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가을에 급증하는 저체온증은 면역력과 관계가 깊다. 체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류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신진대사에 장애를 유발하고 면역세포의 활동성을 떨어트린다. 일본의 내과 전문의 사이토마사시는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우리 몸의 면역력은 30%가량 떨어진다’며 체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 워릭대학 시스템생물학센터의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된 바 있다. 체온이 34도로 낮아졌을 때 세포 내 염증 유발 전사인자(NF-κB)의 통제가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염증반응이 활성화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의학적 견해도 다르지 않다. 한의학 이론 중 하나인 육경변증(六經辨證)에서는 체온이 떨어져 면역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태를 ‘궐음병’이라 하며 매우 위험한 상태로 간주했다.

이처럼 체온은 면역력의 바로미터다. 따라서 캠핑에 앞서 체온 관리법과 저체온증 예방법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을밤 체온 유지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차단하는 것이다. 방수포와 스펀지 매트리스, 침낭 등으로 바닥을 3중으로 만들면 냉기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나무 데크 위에 텐트를 치거나 야전침대를 사용해 잠자리와 바닥을 분리하는 것도 좋다.

등산도 체온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활동이다. 산은 고도에 따른 날씨 변화가 매우 심한 곳이다. 가을철에는 조금만 높이 올라가도 체감 온도는 초겨울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큰 체온 변화가 근육과 인대의 수축을 야기해 무릎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도 가을에 환자 수가 증가한다. 9월에 65만2297명이었던 무릎 관절염 환자 수는 10월에 69만82명으로 한 달 새 약 5.8%나 증가했다.

실제 낮은 기온은 관절 통증 정도를 심화시킨다. 원광대 한의과대학이 근골격계 환자 1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65.3%가 날씨 변화가 통증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통증에 영향을 주는 날씨 조건으로는 ‘추울 때’가 47.6%로 ‘비 혹은 습할 때(72.2%)’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특히 50~70대의 경우 노화에 따라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무릎 관절염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또한 무릎의 퇴행이 이미 진행되는 시기인 만큼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완치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 관절염 치료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한방 보존치료가 있다. 인체의 인위적인 손상과 변형 없이 무릎 통증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 한의학에서는 가을·겨울철 차가운 바람으로 인해 무릎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역절풍(歷節風)’이라고 칭하며 치료해 왔다. 침 치료에 한약처방을 병행하면 이런 무릎 통증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먼저 양릉천혈과 족삼리혈 등 무릎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긴장된 근육을 이완하고 무릎 관절 기능을 개선한다. 여기에 모과를 주요 한약재로 하는 자생숙지양근탕 처방을 병행하면 연골 손상의 예방을 도와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무릎 관절염 치료에 있어 모과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지난 4월 SCI(E)급 국제학술지 ‘국제분자과학저널’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손상된 연골 세포에 모과 추출물을 처리한 결과 연골 필수 성분인 ‘프로테오글리칸’과 ‘제2형 콜라겐’의 발현량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모과의 항산화 효과도 확인했다. 모과 추출물을 손상된 연골 세포에 처리한 결과 농도가 높을수록(12.5, 25, 50μg/mL) 활성산소종의 생성이 8.5%, 7.1%, 6.8%로 줄었다. 활성산소종은 DNA를 비롯한 생체분자의 손상을 야기하며 연골 퇴행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무릎 관절염 예방을 위해서는 급격한 기온변화에 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해가 지기 2시간 전에 산행을 마치고 여벌 옷을 챙겨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벌 옷은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는 것이 좋다. 옷 사이 공기층이 보온 역할을 하고 기온에 따라 차례로 벗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등산에 앞서 워밍업 스트레칭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자리에서 1분간 천천히 걸으며 몸을 풀어준다. 이어 발목부터 무릎, 허리, 어깨까지 차례로 10회씩 가볍게 돌려주면 근육과 인대 등이 예열돼 유연성이 향상되고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모과, 무릎 연골 손상 예방 도와

골프, 낚시 등 장시간 야외활동을 즐길 때도 체온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시니어의 경우 몸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근육이 빠르게 줄어드는 연령대인 만큼 체온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게 좋다. 모자를 써서 체온을 유지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체온은 건강과 직결되는 요소지만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정상 체온을 36.5도로 생각하는데 체온은 종일 똑같지 않고 나이, 수분 섭취량, 신체 활동량에 따라 달라진다. 영유아의 경우 정상 체온 범위가 36.4~38도인 반면 65세 이상은 35.8~37.5도로 대략 1도 정도 차이 난다. 자신의 나이에 맞는 체온에서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건강관리의 관건이다.

우인 인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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