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재련의 댓글 읽어드립니다

박원순에 '사랑해요'…이 문자 하나로 사건 판단해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김재련 변호사

나는 고발한다. J’Accuse…!’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나는 고발한다' 필진이 자신의 칼럼에 달린 댓글을 직접 읽고 생각을 나누는 콘텐트인 '나는 고발한다 번외편-댓글 읽어드립니다'를 비정기적으로 내보냅니다. 오늘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주인공입니다. 김 변호사가 쓴 ''두더지 게임' 된 박원순 피해자 괴롭힘…상식인들 나서야 한다' 칼럼에 달린 댓글에 그가 직접 답변해드립니다.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칼럼에서 '사건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사랑한다는 단어에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등장했다.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두더지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다. 끊임없는 2차 가해를 보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썼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괴롭히는 일이 중단돼야 한다는 호소입니다. 김 변호사의 칼럼엔 '상식적으로 저런 문자('사랑한다'는 표현이 든 메시지)를 보낸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반면 '당신이 아는 그 뜻이 아니라 그 당시 박 전 시장 주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쓰던, 그저 하나의 구호같은 말이었다'라고 주장하는 정반대 댓글도 있었습니다. 여러 상반되는 댓글에 대한 김 변호사의 의견을 글과 영상으로 보시죠.

애매하다! 로맨스와 불륜은 종이 한 장 차이이고…. 희한하게 조선에서 이 문제는 여자의 주장이 진리이니…. 사견으로 양쪽이 똑같다고 본다. 한쪽이라도 멀쩡하면 성립할 수 없는 사건이잖아? (zion****)
우리나라가 피해자의 진술을 진리로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정말 엄격하게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인 상황, 주변의 정황과 비교해 봤을 때 합리적으로 이해 가능한지 이런 것들을 보고 최종적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여부가 결정됩니다.
제가 상식인인데요, 상식적으로 피해자가 저런 문자를 보낸 게 이해가 안 됩니다. (wonj****)
피해자는 여러 해 동안 서울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고 여러 차례에 걸쳐 가해자로부터 성적 괴롭힘의 피해를 봤습니다. 위력 관계가 있을 때는 그런 불편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상사가 한밤중에 불편한 내용의 문자를 보냈을 때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항의하는 문자를 보내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직장 내 괴롭힘, 위력 관계의 성폭력의 경우엔 어느 한 시점에 일어난 일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종합해서 심리하고 판단해야 됩니다. 어느 한 날 오간 문자를 가지고 그것이 이 사건 전체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고요.
2차 가해를 한 사람들을 집단 괴롭힘과 유사한 범죄행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도 요구할 수는 없나? 지난 5년은 우리나라에 도덕성이란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사회 지도층들의 뻔뻔스러운 언행이 많았고 또 이에 편승해서 타인의 기분이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욕설과 비방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wuoh****)
실제로 피해자가 2차 가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형사 고소를 했고 또 민사적으로 배상이 확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의 지지자들에 의해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피해자가 나서서 그 사람들을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일은 피해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사람을 우리 법원에서 집행유예라는 관대한 처분을 내리기도 했고요. 피해자가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보다는 상식을 가진 우리 공동체 시민들이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에 맞서서 ‘멈춰라, 그러지 말아라, 적절치 않다’ 이렇게 목소리를 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박원순은 비겁한 사람이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했지만, 마지막은 인권이 없었다. 인간은 잘못할 수가 있다.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안희정 전 지사처럼 잘못을 인정하고 벌 받고 나오는 것이 그래도 인간답다. (sim4****)
법치주의 국가에서 누군가가 법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해서 고소를 했을 때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왔던 사람이라고 하면 좀 더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절차에 임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박 전 시장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지는 데 기여했던 분입니다. 그런 분이 피소된 사실을 알자마자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이 절차로부터 책임을 면했다는 것은 또 하나의 가해 행위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법은 망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실존적 존재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법령에서 사자 "공소권 없음"이라는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사회는 크게 정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국회에서는 불가능할 테니, 다음 국회에서는 악법에 준하는 "망자 공소권 없음"이라는 조항이 삭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hall****)
수사 중에 사망하게 되면은 최종적으로 공소권 처분 없음을 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은 사망했다는 이유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수사를 멈춰버리는 관행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사건을 예로 들면 가해자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요청을 적극적으로 했었는데, 가해자가 사망해 그 후 절차가 모두 멈춰버렸습니다. 최종적으로 ‘공소권 없음’이 되더라도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의 가해자의 행위가 범죄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국가가 수사기관으로서의 그 책임을 다 해줘야 합니다.

김재련의 원 픽(PICK)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 '사랑해요' 의 뜻이 당신이 아는 그 뜻이 아니라 그 당시 박원순 전 시장 주위 집단에서 쓰던, 그저 하나의 구호같은 말이었다는 거죠.' (sage****) (※'먼저 '사장님 사랑해요'라고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 사실이 아니면 처벌을 해야지. 사실이면 이런 글은 내면 안되고. (ymso****)'라는 댓글의 대댓글.)
"일부 언론의 보도에 잘못된 내용이 있어요. 피해자가 먼저 ‘시장님, 사랑해요’ 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콜센터 상담원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얘기하는 거 들어보신 경험이 있을 거예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