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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집서 문화재 조사, 7000배 수익 ‘바다 위 대장동’ 미스터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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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호 05면

새만금풍력 의혹 확산

전북 군산 새만금방조제 동쪽 편에 조성키로 한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최근 들어 ‘바다 위의 대장동’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사업권을 싼 값에 산 전북대 S 교수 일가가 해외 자본에 팔기로 계약, 자본금의 7000배를 수익으로 얻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새만금 지역 해상풍력 단지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핵심 수행 지역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때인 2018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새만금의 바람이 미래를 여는 자원이 될 것”이라며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문제는 이곳 사업권을 갖고 있는 ㈜새만금해상풍력의 내부 갈등에서 시작됐다. 사업 참여자 간 금전 갈등이 각종 비리 의혹 폭로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편법으로 사업권을 획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꺼냈다. 자본금 1000만원 짜리 회사(새만금풍력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기준)가 25년 기한 풍력 전기 사업권을 따 5000만 달러(약 700억원)에 팔려 한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군산2산업단지 유수지 일대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권의 편법 획득 의혹을 제기했다. 임현동 기자, [뉴스1]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군산2산업단지 유수지 일대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권의 편법 획득 의혹을 제기했다. 임현동 기자, [뉴스1]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은 전북대 S 교수다. 새만금풍력은 S 교수의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소유한 회사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전 새만금풍력 관계자로부터 사업 인허가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새만금풍력이 2015년~2016년 발주한 해양환경 영향에 대한 평가 등을 위한 용역 계약 내용을 정리한 문건이다. 직접 용역을 수행한 곳을 추적해보니 6곳 중 5곳이 S 교수와 관련 있는 기업·기관이었다.

풍력 단지 개발 전 수행해야 하는 해양문화재 조사 용역을 맡은 S사가 대표적이다. 문건에 따르면 S사는 2억2000만원에 문화재 조사를 맡았는데, 이 회사의 주소는 S 교수의 형 소유로 등재된 단독주택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설치하려면 바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이 용역을 수행한 곳은 H사인데, 이 회사는 군산대 산학협력단 유관 벤처기업이다. 용역 발주 시기(2016년 1월)를 즈음해 S 교수는 군산대 산학협력중점교수 직함으로 활동했다. 이곳의 생태사업부 주소도 군산대 산학협력관이다.

이밖에 전기사업 허가 용역을 수행한 ‘사단법인H’엔 당시 새만금풍력 대표이사였던 A씨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풍력발전기의 안전성을 위한 지반 조사엔 S 교수 본인이 특허 출원한 기술이 사용됐다. 이런 식의 용역 지출 대금은 모두 20억2950만원에 이른다. 이 문건을 제보한 전 새만금풍력 관계자는 “각종 규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용역에 이해 관계가 있는 기관이 투입됐다”며 “가족 회사나 지인에게 용역을 발주한다는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건축 시행업계 일부의 부당한 관행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경찰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번주 초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새만금풍력 사무실과 S 교수 가족 일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경찰은 새만금풍력 내부에서 횡령 신고가 접수돼 내사를 벌여왔는데 사업 승인 및 인허가 절차의 적정성도 조사할 계획이다. 20억원 용역 발주가 비자금 조성을 위한 위장 계약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용역 결과물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위장 계약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해당 계약금이 어디로 전달됐는지까지 확인하는 게 당연한 수사의 절차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와 함께 S 교수가 수익 대박을 쳤음에도 처음 투자했던 사람들에게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이었다”며 원금에 이자만 더해 반환한 것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고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진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S 교수와 현 새만금해상풍력 대표(S 교수의 형)의 의견을 듣기 위해 휴대전화·사무실전화·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뒷배’ 수사 요구까지 나온다. 박수영 의원은 “국립대 교수 한 명이 벌인 일이라기 보다는 뒷배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수사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는 새만금을 기점으로 문재인 정권에서 졸속 추진된 재생에너지 사업들에 관해 전수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군산쪽 조폭 자금이 투입됐다는 설과 함께 해상풍력 인허가 배후에 야당 국회의원, 문 정부 실세 인사 등이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S 교수가 세운 법인의 해상풍력 진출 →인허가를 위한 정부 실세 로비→허가 획득 뒤 해외 자본에 사업권 매각 등의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풍력 발전기가 들어설 바다에 대한 사용 허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2월 결정됐다. 사업에 착수 할 수 있는 실시계획 승인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4월 이뤄졌다. 여권 일각에선 “지난 정부가 실시계획 승인을 2년 넘게 끌다가 내준 것은 허가 절차의 하자를 발견하고도 문 전 대통령의 재생에너지 추진 드라이브 때문에 눈감아 준 결과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또 전기 사업권을 매입하기로 한 해외 기업이 중국 자본이라는 논란도 더해진 상태다. 이에 대해 사업권 매입자인 ㈜레나 측은 “중국 자본은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레나의 모회사 지분은 한국계 자본이 55%, 태국계 자본이 45%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없는 공동대표 중 중국인이 있어서 벌어진 오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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