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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쉬고 181구…켈리의 빛 바랜 가을 투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야구 LG 트윈스 에이스 케이시 켈리(33)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팀이 원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다.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던 LG의 도전에 자신이 꼭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였다.

LG 켈리가 28일 키움과의 PO 4차전에서 5회 말 실점 위기를 무사히 넘긴 뒤 기뻐하고 있다. 뉴스1

LG 켈리가 28일 키움과의 PO 4차전에서 5회 말 실점 위기를 무사히 넘긴 뒤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켈리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지난 24일 PO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호투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켈리가 LG 유니폼을 입은 2019년 이래 LG는 가을 야구에서 5승을 거뒀는데, 모두 켈리가 선발 투수로 나선 경기였다.

진짜 희생은 그 다음에 나왔다. 1차전에서 공 95개를 던진 켈리는 사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수세에 몰린 팀을 위해 28일 열린 4차전 선발 투수를 맡았다. 류지현 LG 감독은 "힘든 상황이지만, 켈리라면 제 몫을 해낼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실제로 그랬다. 켈리는 5이닝 동안 공 86개를 뿌리며 선발 투수로 제 몫을 했다. 1회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아 실점하긴 했지만, 계속된 만루 위기를 추가 실점 없이 넘겼다. 3회 키움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가운데로 몰려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LG 선수단이 28일 키움과의 PO 4차전에서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LG 선수단이 28일 키움과의 PO 4차전에서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켈리가 5이닝을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오자 LG 팬들은 큰 소리로 켈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4년째 LG에 몸 담았고, 올 시즌 다승왕(16승)에 오르면서 정규시즌 2위를 이끈 에이스의 투혼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LG는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패하면서 1승 3패로 키움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내줬다. 사흘 간격으로 181구를 던진 켈리의 책임감도 빛이 바랬다. 켈리는 그렇게 KBO 포스트시즌 6경기 만에 첫 패전을 안았고, LG의 한국시리즈 도전도 또 다시 막을 내렸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응원을 보내주신 팬분들께도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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