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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뮤지컬 '광주' 美진출…불시착·우영우 가세한 K뮤지컬 각광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일 진행된 뮤지컬 '광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현지 쇼케이스는 브로드웨이 공연 관계자 및 현지 관객 약 500명이 관람했다. 사진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지난 20일 진행된 뮤지컬 '광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현지 쇼케이스는 브로드웨이 공연 관계자 및 현지 관객 약 500명이 관람했다. 사진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영어 가사가 울려 퍼졌다.
5월 광주를 담은 뮤지컬 ‘광주’가 ‘707 세븐스’ 극장에서 브로드웨이 쇼케이스 공연을 올렸다. 2019년 광주문화재단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기획한 작품으로, 광주 시민들이 힘을 합쳐 계엄군에 맞선 과정을 그렸다. 2019년 서울 홍익대아트센터 대극장 초연 후, 지난해 서울 LG아트센터, 올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며 ‘아시아의 레미제라블’이라 평가받았다.

한국 현대사를 다룬 뮤지컬이 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총감독을 맡은 앤드류 라스무센은 ‘록키 호러 픽쳐쇼’ ‘와일드 파티’ 등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이름난 연출가다. 공연 후 e-메일로 만난 그는 “뮤지컬 ‘광주’는 스토리도 탄탄하고 감성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받은 작품”이라며 “뮤지컬 ‘미스 사이공’(베트남전 소재 러브스토리를 담은 뮤지컬)도 다른 문화권‧나라의 이야기지만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했듯 ‘광주’도 성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美브로드웨이 연출 "광주 이야기 자세히 이해하게 돼"

 뮤지컬 '광주' 미국 뉴욕 쇼케이스가 지난 20일 저녁 8시(현지 시각 기준) 브로드웨이 중심가 '787 Seventh' 극장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브로드웨이 한복판 전광판에 뮤지컬 '광주' 광고가 등장한 모습이다. 사진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뮤지컬 '광주' 미국 뉴욕 쇼케이스가 지난 20일 저녁 8시(현지 시각 기준) 브로드웨이 중심가 '787 Seventh' 극장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브로드웨이 한복판 전광판에 뮤지컬 '광주' 광고가 등장한 모습이다. 사진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3~4년 전 뮤지컬 ‘광주’에 대해 들었다는 그는 “미국‧폴란드‧러시아 전쟁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광주는 이번 계기로 알게 돼 새롭고 인상적이었다. 다른 문화권이지만 보편적인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이 작품의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를 더 자세히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브로드웨이 쇼케이스는 한국말 공연에 영어 자막을 띄운 게 아니라, 영어 번역한 노래와 가사를 1시간 가량 선보였다. 160분 가량의 전체 분량 중 ‘임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올 때까지’ ‘훌라훌라’ 넘버 등 주요 장면 위주로 공연했다. 광주 시민군 윤상원 열사가 실존 모델인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배역은 현지 뮤지컬 배우 15명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14인조 오케스트라, 브로드웨이 작곡가 앤디 로닌슨 음악감독 등 브로드웨이 스태프가 참여했다.
쇼케이스 관람객은 현지 관계자 및 일반 관객 500명 가량이라고 공연사 측은 집계했다. ‘하데스타운’ ‘스트레인지 룹’ 등 유명 뮤지컬 제작자 랍 라쿠이는 이번 쇼케이스를 보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공연이라 감동이 배가 됐다”면서 “워크숍을 더 거치면 묵직한 공연으로 브로드웨이에 올라갈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산 AI 뮤지컬 각광, 코로나 뚫고 수출활로

이처럼 K콘텐트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K뮤지컬의 해외 진출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2013년 ‘김종욱 찾기’를 필두로 ‘총각네 야채가게’ ‘쓰릴 미’ ‘빨래’ 등 아시아권에서 창작 뮤지컬의 라이선스 수출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엔 ‘광주’처럼 기존 무대에서 보지 못한 색다른 소재, 탄탄한 스토리로 보편적 공감을 얻은 작품들의 시장 개척이 활발하다.
특히 SF 소재 창작 뮤지컬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히 수출 성과가 날 만큼 찾는 해외 바이어가 많아졌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들의 사랑을 그린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초연 이후 4차례 공연되며 해외에서도 2020년 미국 애틀란타 트라이아웃 공연, 일본 라이선스 공연 등을 선보였다. 죽은 연인이 인공지능(AI) 로봇으로 돌아왔다는 설정의 ‘유 앤 잇’은 지난해 10월 대만에서 현지 초연 당시 예정된 공연 회차를 늘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지난 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2관에서 정식 초연에 돌입한 뮤지컬 '인간의 법정'. 주인을 살해한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법정에 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법정 드라마로, 조광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했다. 사진 대로컴퍼니

지난 5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2관에서 정식 초연에 돌입한 뮤지컬 '인간의 법정'. 주인을 살해한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법정에 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법정 드라마로, 조광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했다. 사진 대로컴퍼니

주인을 살해한 AI가 법정에 선다는 내용의 SF 법정물 ‘인간의 법정’은 지난 5일 국내 초연 전 중국을 비롯해 프랑스‧독일‧벨기에‧스웨덴 등 아시아‧유럽 시장에 판권을 수출했다. 변호사이자 원작자 조광희 작가가 자신의 소설을 토대로 뮤지컬 각본을 직접 맡았다. 이번에 처음 뮤지컬 제작에 도전한 장소영 음악감독(‘그날들’ ‘투란도트’)은 “‘인간의 법정’은 미래 사회에 대한 막연한 상상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원작자가 법률 지식, 과학적 근거를 갖고 연구를 통해 논리정연하게 써나간 작품”이라면서 “해외에서도 ‘AI 살인사건을 다루는 법정 이야기’란 한마디로 관심 갖는 바이어가 많았다”고 했다.

불시착·우영우…K드라마 원작 뮤지컬 러브콜 빨라져

한편,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덕분에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K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해외 러브콜 속도가 더 빨라졌다. 지난달 16일 초연한 동명 드라마 원작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초연 당일 일본 후지TV와 일본 내 독점적 상연권을 계약했다.
기획 단계부터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는 레플리카 공연(오리지널 공연과 캐릭터‧음악‧무대 등 모든 것을 똑같이 진행하는 형태)을 동시 진행한 작품이라고 제작사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T2N미디어 측은 밝혔다. 지난 8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뮤지컬 제작을 발표한 EMK뮤지컬컴퍼니 측도 “아직 기획 초기인데도 일본‧미국에서 판권 문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K콘텐트가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K컬처 자체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진 것도 K뮤지컬 시장 확대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국가브랜드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지수와 심리적 친근도, 브랜드 수익액 등을 따져 산정하는 국가 브랜드 파워에서 한국은 39개국 중 지난해보다 2계단 오른 4위(1위 미국, 2위 영국, 3위 독일 순서)로 집계됐다.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 사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T2N미디어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 사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T2N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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