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향 안보내주면 불 지른다" 中 봉쇄 3년에 티베트도 폭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시위가 거의 없던 티베트자치구에서도 고강도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8일 홍콩 명보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26일 중국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의 라사에서 코로나 19 봉쇄에 항의하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이주 노동자)들의 시위가 발생했다.

홍콩 명보는 "26일 농민공 약 100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면서 "이들은 제복 경찰, 흰색 방호복을 입은 요원들과 대치했다"고 전했다.

트위터 등 SNS에는 시위자들이 요원들과 몸싸움을 하며 소리 높여 항의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일부는 밤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티베트는 920일간의 '제로 감염자' 기록을 깨고 지난 8월 8일 티베트자치구에서 코로나 19 신규 감염자가 22명 나오자 두 달 넘게 자치구 전체를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농민공은 일자리를 잃었고, 봉쇄로 발이 묶이면서 고향에도 못 가는 신세가 됐다. 당장 수입이 끊겨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며 쌓인 불만은 결국 시위로 표출됐다.

지난 26일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현지 경찰과 방호복을 입은 공무원들에 맞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오른쪽은 밤까지 이어진 시위 현장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26일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현지 경찰과 방호복을 입은 공무원들에 맞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오른쪽은 밤까지 이어진 시위 현장 모습. 트위터 캡처

RFA는 "시위대는 관리들에게 '봉쇄를 해제하지 않으면 불을 지르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정확히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불을 지른다는 것은 2009년 이래 150건 이상 발생한 '분신자살'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라사 현지에서는 준비 시간도 없이 봉쇄 명령이 내려진 탓에 코로나 감염자들이 의료품 등 물자와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봉쇄로 악화한 생활 여건을 견디다 못해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티베트에서 시위가 발생한 건 2008년 '티베트 봉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집단 처우에 반발해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공안과 군부대가 봉기를 진압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

2008년 당시 시위가 티베트 독립을 위해 티베트족이 일으킨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봉쇄에 불만을 품은 타지 출신 한족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9월 29일 중국 시짱 자치구 라사에서 방호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구호물자를 분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9월 29일 중국 시짱 자치구 라사에서 방호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구호물자를 분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가혹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고통받는 지역은 또 있다. RFA는 지난달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에서 제로 코로나 영향으로 20여명이 의료 지원을 제 때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위구르인들이 중국 소셜 미디어에 식량과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지 영상을 올렸지만, 정부의 인터넷 검열 때문에 빠르게 영상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