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전략서 공개…냉전 이후 중·러 급격한 '쌍끌이'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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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규 기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게 국방전략서(NDS)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다가올 도전'인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러시아 역시 '급격한 위협'이다."

미국 국방부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국방전략서(NDS)에서 밝힌 내용이다.

북한에 대해선 이란을 비롯해 국제 테러단체와 함께 기타 상존하는 위협으로 분류하면서 "한·미 및 미·일 동맹을 이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NDS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군사·경제·기술·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미국에 체계적으로 도전할 의도와 능력을 갖춘 유일한 경쟁자"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미국에 장차 다가올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를 미국에 '급격한 위협'으로 본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역에서 커지고 있는 핵 위협 때문이다.

로이드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대 사회에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 핵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국제사회의 매우 심각한 반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NDS를 두고 미국이 냉전 이후 다시 맞닥뜨린 중국과 러시아의 '쌍끌이' 위협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NDS에선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파트너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테러리스트의 위험이 여전하긴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본토 안보에 더 위험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CNN에 "미국은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주요 핵무기 경쟁국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전략적으로 억지하면서 지역적으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새로운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예고됐던 대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도 함께 공개했다.

NPR에서는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에 비견되지는 않지만, 미국과 동맹에 억지 측면에서 어려운 숙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김(정은)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을 수는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며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에게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적었다.

보고서는 북한이 꼭 핵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역내에서 전략적 공격을 신속하게 감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미국의 핵무기는 이런 공격을 억제하는 데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만약 핵 기술, 핵 물질, 전문가를 다른 국가나 기관에 넘긴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이번 NPR을 통해 미국은 더는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의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식화했다고 CNN은 전했다.

4년 전 트럼프 정부는 NPR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바다에서 발사하는 핵추진 순항미사일의 개발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