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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는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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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중국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는 어디일까.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얼마나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할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만 비영리 싱크탱크 ‘대만민주실험실(DTL)’이 ‘차이나 인덱스(China Index)’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전 세계 주요 36개국을 대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주체가 중국 대륙과 대립 전선을 더욱 선명히 긋고 있는 대만의 기관이란 점을 주목할 만하다. DTL 이사장인 선보양(沈伯洋) 대만 국립타이베이대 교수는 “중국의 침투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민주적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국가 간 비교·측정 가능한 표준 지표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프로젝트 배경을 밝혔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베이징 [출처 셔터스톡]

2019년 12월 31일, 중국 베이징 [출처 셔터스톡]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36개국의 정치, 경제, 군사, 법, 외교, 학술, 미디어, 사회, 기술 분야 9가지 영역에서 진행됐다. 각 영역별 11개 지표를 모두 합산해 국가별 총점을 산출했다. 설문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고 ▶노출 ▶압력 ▶영향 세 지표에 초점을 맞췄다.

‘노출’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 등 중국의 침투에 취약한 부문을 평가하는 지표다. ‘압력’은 행정부나 의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 중국이 경제적 압력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간섭하는 행위를 측정한다. ‘영향’은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부설 허가 등 중국에 유리한 자국 내 정책을 시행하고 해당 정책의 후과에 대해 평가하는 지표다. 설문엔 DTL의 각국 파트너 기관과 학자, 전문가, 언론인, 싱크탱크 및 시민사회단체 연구원들이 참가했다.

한국은 36개국 중 12위로 조사됐다. 비교적 상위권이지만 영향을 아주 강하게 받는 국가는 아니었다.

9개 영역 중 경제와 사법, 정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인 만큼 경제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과다. 사법 영역은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의 한국 내 활동, 민간부문에서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 정부나 주요 시설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부문에서 높은 침투 지수를 기록했다. 삼합회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을 전후해 국내에 침투해 음란물과 마약 유통 등에 관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중관계 [사진 셔터스톡]

한중관계 [사진 셔터스톡]

정치 영역에선 한국 각급 지방 자치정부들이 중국 685개(지난해 12월 기준) 성·도시들과 ‘자매 도시(友好城市)’ 협정을 맺고 있고, 중국의 해외 공작을 주도하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공작 관련 기금을 정부 등으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국내 주요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이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밝힌 사례 등에서 높은 침투 점수를 기록했다. 주로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치인과 지자체장들이 설을 맞아 중국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은 집권 여당이던 2019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와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같은 해 민주당 청년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유사한 협정을 맺고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사회와 군사 분야는 36개국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사회 분야는 중국인과 중국 문화, 동북공정 등과 같은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거부감이 작용했다. 군사 부문 역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잠재적 적성국으로 분류된다.

36개국 중 중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는 캄보디아였다.

과거 같은 공산권 국가여서 중국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였고 두 나라 모두 베트남을 군사적으로 견제해온 처지였기 때문에 공동의 이해관계를 형성해 왔다. 반면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음에도 36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캄보디아 [사진 셔터스톡]

캄보디아 [사진 셔터스톡]

캄보디아에 이어 싱가포르(2위), 태국(3위), 페루(4위), 키르기스스탄(5위), 필리핀(6위), 타지키스탄(7위), 말레이시아(8위), 대만(9위), 호주(10위)가 상위 10위에 올랐다. 중국이 주변의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남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글로벌 패권 도전을 받고 있는 미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16위로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 학술과 지역 정치, 미디어 영역에서 특히 중국의 침투력이 컸다. 일본은 중국과 무역, 관광 등에서 깊이 얽혀있음에도 34위밖에 되지 않았다. 조사 대상국 중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낮았던 국가는 중동의 요르단이었다.

조사 대상에 북한은 없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오염되지 않은 설문 결과를 수집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조사 대상국에 포함됐다면 1위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 않았을까 싶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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