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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서민 만둣집行, 트럼프 황제의전…이 사람 머리서 나왔다 [후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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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시진핑 3기 정치국 상무위원 6인 분석 ⑤딩쉐샹

지난달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염을 우려해 중국에만 머무르다 2년 8개월 만에 재개한 해외순방이었다. 그런 시 주석의 곁에서 밀착 수행을 한 인물이 있다. ‘시진핑의 그림자’라고 불리는 딩쉐샹(丁薛祥·60)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그는 이날 시 주석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자리에서 시 주석의 오른편에 앉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 때도 같은 자리를 지켰다.

23일 차기 상무부총리에 내정된 딩쉐샹 현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이날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3일 차기 상무부총리에 내정된 딩쉐샹 현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이날 인민대회당 금색대청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외 기자 대면식’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딩쉐샹은 23일 열린 공산당 제20기 1차 전체회의(1중 전회)에서 서열 6위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라섰다. 내년 3월부터 상무부총리로 활동할 전망이다.

딩쉐샹의 상무위원 등극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그가 2017년부터 맡아온 중앙판공청 주임의 위상 때문이다. 이 자리는 국가지도자급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겨진다. 딩쉐샹 전임자가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다. 리 위원장 이전 판공청 주임들도 쟁쟁하다.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의 양상쿤(楊尙昆)과 왕둥싱(汪東興)은 각각 국가주석과 상무위원, 장쩌민(江澤民) 시절의 원자바오(溫家寶)와 쩡칭훙(曾慶紅)은 총리와 부주석에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판공청 주임은 한국으로 따지면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부속실장 역할을 모두 합쳐 놓은 자리다. 중국 공산당의 수뇌부가 위치한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장한다고 해 중난하이의 ‘대내총관(大內總管)’이라 부르기도 한다. 과거 중국 황제의 대소사를 책임졌던 최고 환관의 직책에 빗댄 것이다.

“5년간 시진핑과 가장 많은 시간 보낸 인물”

시진핑(왼쪽에서 둘째) 중국 국가주석과 딩쉐샹(왼쪽에서 셋째)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중국 건국절 전날인 지난달 30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 인민영웅기념비 앞에서 열린 헌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왼쪽에서 둘째) 중국 국가주석과 딩쉐샹(왼쪽에서 셋째)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중국 건국절 전날인 지난달 30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 인민영웅기념비 앞에서 열린 헌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따라서 중난하이 주인(최고 권력자)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문고리 권력'인 중앙판공청 주임에 임명해 왔다. 시 주석도 마찬가지다. 딩쉐샹이 “시 주석의 비서이자 게이트 키퍼”(로이터통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시 주석의 의중이란 얘기다. 닐 토마스 유라시아그룹 중국·동북아시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딩쉐샹이 진정으로 (다른 사람보다) 두드러진 점은 지난 5년 동안 다른 어떤 관리보다 시 주석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라며 “시 주석이 딩쉐샹의 충성심과 능력을 신뢰하고 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그런 딩쉐샹이지만 사실 시 주석과의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하기 전 딩쉐샹과 알고 지낸 기간은 7개월밖에 안 된다. 저장(浙江)성 서기이던 시 주석은 2007년 3월 상하이시 서기로 부임한다. 2006년 실각한 천량위(陳良宇) 서기의 후임이다. 그해 가을에 있을 1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차기 지도자감인지 여부를 검증받는 자리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7개월 인연이 바꾼 운명

일생일대의 시험을 앞두고 시 주석은 상하이 관가에서 자신을 도울 인재를 물색한다. 그러다 당시 상하이시 당 조직부 부부장 겸 인사국장이던 딩쉐샹을 당 위원회 비서장 겸 판공청 주임으로 발탁했다. 30년 넘게 상하이시에 근무한 딩쉐샹이 상하이 공직자들의 신상 정보를 꿰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2013년 12월, 집권 2년차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의 서민들이 즐겨 찾는 만두집을 방문해 시민들 틈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시 주석 옆에 앉은 이가 당시 중앙판공청 부주임이던 딩쉐샹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2013년 12월, 집권 2년차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의 서민들이 즐겨 찾는 만두집을 방문해 시민들 틈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시 주석 옆에 앉은 이가 당시 중앙판공청 부주임이던 딩쉐샹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딩쉐샹은 시 주석의 믿음에 부응한다. ‘속전속결’과 ‘발본색원’이라는 두 개의 행동강령을 시 주석에게 건의해 전임 천량위 서기의 인맥을 신속하게 숙청한다. 부임 반년만에 상하이 정국을 안정화한 공을 인정받은 시 주석은 그해 10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돼 차기 지도자 반열에 오르며 베이징으로 떠난다. 딩쉐샹은 불과 7개월간 시 주석과 손발을 맞춰 일했지만 이 기간 동안 시 주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2년 최고 권력자가 된 시 주석은 딩쉐샹을 중난하이로 불러들여 공산당 중앙판공청 부주임 자리를 맡긴다.

만두집 민생행보·트럼프 황제의전도 딩쉐샹 작품

지난 2017년 11월 8일 베이징을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첫 일정으로 자금성을 방문했다. 태화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트럼프 부부를 향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7년 11월 8일 베이징을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첫 일정으로 자금성을 방문했다. 태화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트럼프 부부를 향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중앙포토]

딩쉐샹은 시 주석이 국제사회에 놀라움을 안긴 이벤트와 관련이 깊다. 지난 2013년 12월 집권 만 1년 남짓이 지난 시 주석은 베이징의 서민들이 즐겨 찾는 허름한 만두집을 방문한다. 일반 시민들 틈에 섞여 식사하는 민생 행보를 벌였다. 중국 지도자로서는 유례가 드문 행동을 통해 시 주석은 대중적 인기를 크게 높인다. 당시 시 주석의 바로 왼쪽에 앉았던 딩쉐샹 부주임이 이 이벤트를 기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시 주석은 파격적인 자금성(紫禁城) ‘황제 의전’을 준비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고 권력자가 자금성에서 국빈을 맞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신(新)중국을 세운 마오쩌둥(毛澤東)조차 자금성 경내에서 외빈을 접대한 적은 없다. 마오 이후 중국 통치자들에게 이어져 내려온 금기를 깬 이 행사에서도 중앙판공청 주임인 딩쉐샹은 시 주석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공대 출신 정치인…글솜씨도 뛰어나

지난 2017년 11월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시 주석 오른편에 앉은 인물이 딩쉐샹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시 주석 오른편에 앉은 인물이 딩쉐샹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AFP=연합뉴스

딩쉐샹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1962년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에서 태어난 그는 1982년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시 동북중형기계학원(현 옌산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상하이 재료연구소 연구원으로 17년간 근무하고 연구소장까지 올랐다. 1999년 상하이 과학기술위원회 부주임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엔 엔지니어답게 행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동료들로부터 받았다. 브루킹스 중국연구소는 “딩쉐샹은 대단한 글솜씨, 뛰어난 기억력, 상관의 뜻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능력으로 유명하다”고 평가했다.

딩쉐샹은 20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가장 젊다. 3연임을 넘어 4연임 또는 종신집권을 할 확률이 높은 시진핑 체제하에서 상무위원 중 그나마 ‘포스트 시진핑’ 후보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 딩쉐샹인 이유다.

지방 행정 경험 부족이 가장 큰 단점

하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선 경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다. 지방 성·직할시의 책임자를 맡아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최고 지도자에겐 2개 이상 성시(省市)를 다스려본 경력이 필요하다는 불문율이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시 주석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했다. 이로 인해 딩쉐샹이 향후 지방 통치 경험 없이 중앙판공청 주임-부총리-총리 코스를 밟은 원자바오 전 총리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 잡지 포린폴리시(FP)는 "딩쉐샹은 노련한 생존자(skilled survivor)지만, 그가 자신만의 큰 야망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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