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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의겸은 바보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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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2022.10.11/뉴스1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2022.10.11/뉴스1

1. 한동훈(법무장관)과 김의겸(민주당 의원)의 싸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한동훈은 25일 김의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요구한데 이어 27일 민주당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김의겸은 ‘뒷골목 깡패들이나 할법한 협박에 말려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2. 김의겸의 폭로는 사실 근거가 희박합니다.

김의겸의 24일 법사위원회 폭로는 그날밤 유투브‘더탐사’예고편이었습니다. 더탐사는 24일 2시간 30분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정황을 유추해보자면..제보 녹취파일의 주인공인 여성 첼리스트가 새벽 3시까지 연락이 닿지않자 화가 난 남자친구에게 ‘대통령 행사에 참석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는 수다였습니다. 결정적으로 더탐사는 술자리를 입증할 ‘스모킹 건(Smoking Gun)’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3. 보수진영에선 ‘김의겸의 똥볼’이라며 비웃습니다.

그러나 ‘더탐사’ 동영상을 보면 웃고지나갈 일이 아닙니다. 24일 동영상은 사흘만에 88만명이 봤습니다. 별 내용이 없는 25일 추가보도까지 이틀만에 51만명이 봤습니다. 24일 라이브 당시 동시접속 6만7천명은 대선 이후 최다기록입니다. 댓글은 열광의 도가니입니다.

4. 김의겸의 정치적 의도는 ‘더탐사’에서 빛을 발합니다.

내용이 선동적입니다. 주인공 첼리스트는 ‘개딸’답게 시종일관 윤석열ㆍ한동훈에 대한 혐오발언을 내뱉습니다. ‘더탐사’ 진행자들은 맞장구치며 과거 사건들을 엮어 들려줍니다. 윤석열에 비판적인 입장이라면 빠져들게 만듭니다.

5. 동영상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총재대행과의 두차례 통화녹취입니다.

이세창은 ‘더탐사’를 자기편으로 착각했습니다. 자유총연맹 김경재 전 총재로부터 소개전화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김경재는 김대중 측근이었는데, 박근혜를 지지하면서 강경우파로 변신한 정치인입니다. ‘더탐사’기자는 이세창을 치켜세우며 유도성 질문을 이어갔고, 이세창은 목에 힘을 주면서 애매한 긍정반응을 반복합니다.

6.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대통령도 굉장히 칭찬했다면서요 (첼로) 연주를 듣고?’(더탐사)

‘그러니까..’(이세창)

댓글창에서 ‘빼박’이라며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세창의 25일 ‘가짜뉴스’주장에 코웃음 칩니다.

7. 김의겸의 한동훈 공격은 정치입니다.
한동훈은 민주당 운명을 좌우할 장관인 동시에 유력한 차기주자입니다. 민주당 누군가 한동훈 얼굴에 먹칠을 해야 합니다. 김의겸은 적임자입니다. 한겨레 기자출신으로 진보좌파 언론계를 두루 잘 알고,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말솜씨와 정무감각이 있고, ‘흑석선생’이란 오명을 얻는 과정에서 오물 따위 개의치 않는 전투력까지..

8. 정치적으로 김의겸의 폭로는 아직 실패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내용의 진위여부와 정치선동의 성패여부는 무관합니다. MBC의 2008년 ‘PD수첩’광우병 보도는 핵심적인 내용이 거짓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촛불사태에 동력을 빼앗겼습니다.
보수는 김의겸 욕만 할 것이 아니라 ‘더탐사’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