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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은 꿀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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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내셔널팀장

김방현 내셔널팀장

지난 20일 열린 대전시 국정감사에서 주민참여예산제(참여예산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의원은 대부분 대전시 참여예산제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은 ‘꿀단지’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장 의원은 “참여예산이 지지자를 위한 꿀단지로 전락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일부 시민단체가 수억원의 참여예산을 지원받을 것을 문제 삼았다. 참여예산제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가 시행 중이다.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참여토록 해 살림살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예산 사용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대표적으로 대전시가 그렇다. 우선 예산이 일부 시민사회단체로 편중되거나, 보조금 사업으로 할 만한 걸 참여예산에 넣었다. 예를 들면 민관협력 배달앱이 하는 할인이벤트(쿠폰 제공 등) 같은 게 참여예산사업에 포함됐다. 사회적협동조합이 하는 ‘아동 인권·놀이카페 운영’ 등도 마찬가지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 20일 대전시청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장 의원은 주민참여예산을 꿀단지에 비유했다. [연합뉴스]

장제원 의원이 지난 20일 대전시청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장 의원은 주민참여예산을 꿀단지에 비유했다. [연합뉴스]

게다가 참여예산 사업은 대부분 지자체나 지방의회 등을 통해 해오던 것이다. 2020년 대전시가 선정한 참여예산 사업 216건 가운데 70% 이상이 조명(가로등) 설치나 보도블록 교체 등이었다. 이런 사업은 지방의원이나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민원을 모아 예산에 반영하고 있다. 공공장소 로고젝터 설치 등 사업은 실효성도 의문이다. 로고젝터는 빛을 투사해 이미지나 ‘쓰레기 투기 금지’ 등 글자를 비추는 장치다. 하지만 현장에는 이미 가로등 같은 조명이 설치된 경우가 많다. 대전시는 참여예산제 운영을 위해 별도로 연간 1억원 이상을 쓰고 있다. 참여예산학교 운영, 홍보비 등이다.

대전시 참여예산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30억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19년 100억원, 2020년 150억으로 껑충 뛰었다. 다시 2021년부터 올해까지 200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대전시장이 나섰다. 지난 7월 취임한 이장우 시장은 내년 참여예산을 절반 수준인 100억으로 줄였다. 이 시장은 “전임 시장이 예산을 급격히 늘려 재정에 부담을 주고 소수의 시민,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참여예산 축소에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대전마을 활동가포럼과 마을운동단체 등은 “시민 참여와 권한을 무시하는 예산 삭감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도대체 참여예산 축소가 시민단체 생계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야단법석인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참여예산제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운영과정에서 특정 진영 챙기기 등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이제라도 운영 실태를 제대로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해서 세금 낭비 요소를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