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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찬바람…리츠 수익률 14%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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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리츠(부동산투자신탁·REITs) 시장이 금리 인상에다 레고랜드 사태라는 한파를 만나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뒤 여기서 나온 이익을 배당하는 금융 상품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거래소에 상장된 20개 리츠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3.7%였다. 지난 6일 상장한 KB스타리츠도 3.3% 하락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상장 리츠의 시가총액(KB스타리츠 제외)은 7조1345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달 27일 기준으로는 5조9631억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한 달 새 시총이 1조원 넘게 증발한 셈이다. 대표 리츠 상품 10종을 추종하는 KRX 리츠 TOP 10지수도 10월 한 달새 16.8% 떨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분당스퀘어’를 주요 자산으로 두고 있는 NH올원리츠는 이달 들어 29.8% 하락했다. 리파이낸싱(재융자) 시점이 내년 1월로 다가온 탓이다. NH올원리츠 측은 투자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NH금융그룹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기관과 대출금의 규모와 금리 조건을 협의하고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리파이낸싱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리츠 회사는 리파이낸싱 시점이 도래하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담보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은행 담보대출 이자가 상승한 데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채권 시장이나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내 2위 규모의 자산(2조3000억원)을 보유한 롯데리츠도 총 1조1390억원의 차입금 중 1조490억원을 내년 한 해 동안 조달해야 한다. 롯데리츠는 이달 은행 담보대출로 2800억원, 전단채(전자단기사채)로 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금리 수준은 은행이 4.9%, 전단채가 6.2%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자금 시장 경색이 언제 풀릴지 몰라 리파이낸싱 구조조차 결정을 못 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확 늘었던 물류센터를 주요 자산으로 둔 ESR켄달스퀘어리츠(-30.3%)와 디앤디플랫폼리츠(-24.4) 등의 주가도 크게 내렸다. ESR켄달스퀘어리츠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크고 유명한 리츠 상품이다 보니 과매도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장 리츠 또는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ETF들도 하락했다. 아리랑 Fn K리츠(-15.2%), 타이거 리츠부동산인프라(-14.4%), 타이거 리츠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 (-10.5%) 등이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선순위 회사채 수익과 리츠 수익률 간 격차가 작아 리츠 가격이 당분간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롯데리츠의 경우 롯데쇼핑의 자산을 편입하고 있는데 롯데쇼핑의 선순위 회사채 수익률이 5.88%, 리츠의 배당 수익률은 8.4% 수준이다. 이 격차가 크지 않으면 리츠 가격에 ‘거품’이 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리츠주의 최근 주가 조정 폭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는 개발 단계에 있는 부동산PF 시장의 악재인데, 리츠는 이미 만들어진 자산을 담보대출로 매입하는 구조”라며 “상장 리츠의 주가가 실제 상황 대비 크게 조정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츠의 차입 만기는 대부분 2023년 시작해 2024년부터 비중이 증가하는 만큼 현재 시장의 우려는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원도, 보증채무 전액 상환결정=‘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에 강원도는 27일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 채무 전액인 2050억원을 오는 12월 15일까지 상환하기로 했다고 정광열 강원 경제부지사가 밝혔다. 이어 “이 결정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사전 협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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